‘PD수첩’ 판결 “보도에 잘못 있어도 언론인 처벌은 신중해야”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9-03 09: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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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대법원의 2일 민형사 판결은 언론 보도가 잘못됐을 때 이를 바로잡는 작업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보도한 언론인을 형사처벌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법원은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쟁점이 된 보도 내용 가운데 허위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선 정정보도를 해야 한다면서도 검찰이 기소한 제작진에 대해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보도가 공익을 목적으로 한 만큼 언론인을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법원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와 공무원의 명예라는 문제가 충돌했을 때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40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18일 정부는 한·미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다. 지난 정부에서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열흘 뒤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성과 정부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었다. 방영 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협상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기 시작했다. 집회는 전 연령대를 아우르며 전국적으로 번져나갔고 이명박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집회로 커졌다.

정운천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은 「PD수첩」 제작진을 허위사실 보도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는 「PD수첩」 원본 테이프 등 자료 제출을 요구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제작진은 ‘정치적 수사로 언론 자유를 훼손한다’며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검찰도 수사 진행을 두고 내홍을 겪었다. 2009년 1월 수사팀장이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수뇌부와의 이견”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 임 부장은 ‘방송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더라도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불기소 판단을 했지만, 수뇌부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임 부장의 사표를 수리한 검찰은 새로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다. 제작진을 잇달아 긴급체포하고, 제작진의 e메일까지 압수수색했다. 특히 한 작가의 사적 e메일 내용까지 공개하며 제작진의 성향·의도를 재단해 논란을 일으켰다. MBC 본사를 압수수색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1·2심에서 모두 패했다. 2009년 6월 검찰은 조능희 프로듀서(50) 등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제작진에는 2~3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2010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허위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는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항소해 진행된 2심 재판에서도 제작진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PD수첩」 보도가 일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고의가 아닌 실수였고, 방송 당시에는 사실로 믿을 만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검찰의 기소가 무리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PD수첩」 수사를 직접 맡거나 지휘한 검사들은 인사에서 승승장구했다.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54)은 2009년 6월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결국 스스로 사퇴했지만 ‘파격 인사’로 평가받았다. 수사 착수부터 2009년 1월까지 수사 전반을 총괄 지휘한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49)는 이번에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됐다. 최 지검장을 이어 수사를 지휘한 정병두 전 1차장검사(50)는 현재 법무부 법무실장을 맡고 있다. 전현준 당시 형사6부장은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에 기용됐다.

▲'PD수첩' 사건일지▲

2008년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4월)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방영(4월)
→농식품부, PD수첩 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 의뢰(6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임수빈 부장검사) 구성(6월)

2009년

→임수빈 부장 '수뇌부와 마찰설'로 사표 제출(1월)
→검찰 제작진 전자우편, 통화기록 압수수색, 사적 전자우편 내용 유출 등 불법 수사 논란(3월)
→검찰 조능희 CP 등 제작진 5명 기소(6월)

2010년

→1심, 제작진 전원 무죄 선고(1월)
→2심, 제작진 전원 무죄 선고(12월)

2011년

→대법원, 명예훼손 사건 무죄 확정(9월)
→대법원, 정정보도 사건 MBC 패소 부분 중 일부파기 환송(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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