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청률도 안 나오는 육상, 어떻게 편성해"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09-02 10: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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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와 조직위원회가 야심차게 준비해 내놓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대회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전국체전만도 못하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쨌든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 것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보 2시간 동안 틀어놓으면 누가 보겠냐?"

손상진(62)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미디어국장이 말했다.

그는 최근 '육상경기 중계가 너무 부족하다'는 일부 팬들의 항의에 "시청률도 안 나오는데 중계를 어떻게 편성하느냐"는 발언을 직원들에게 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일반인들이 방송의 속성을 너무 모른다. 편성 고유권한을 가지고 뭐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경보 2시간 동안 틀어놓으면 누가 보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방송 특성상 시청률은 광고와 직결되는 부분이 있기에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에서 미디어를 총괄하는 미디어국장이 할 말은 아니었다는 지적이 많다.

손 국장은 KBS 스포츠 PD 출신으로 약 30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해 온 산증인이다.

▲소통도 없고, 쟁정도 이해 못해

대구지역의 한 언론은 1일 '서울 언론, 지방무시病 또 도지나'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서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언론사들이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악의적 비난이 도를 넘고 있다"고 전했다.

평가는 갈리게 마련이다. 지역 언론을 제외한 다수 언론은 조직위의 안일한 운영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국제대회다. 지역 수준이 아닌 국제 수준에 맞추면 된다.

미디어국은 언론 보도에 대한 상황대처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반응도 느리고 소통도 없다. 혹시 서울 언론과 지역 언론의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도 의문이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운영상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인정하고 곧바로 시정했다"고 했다.

미디어센터(MPC)에 지난달 31일 저녁부터 샌드위치, 치즈, 음료수가 제공되고 있다. '주변에 먹을 곳도, 먹을 것도 없다'는 취재진의 지적이 있고 나서부터다. 비단 취재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 역시 같은 상황.

그런데 취재진에게 제공되는 간식이 한 끼에 1100만원이라고 한다. 취재진이 원한 것은 1100만원어치 간식이 아니라 성의있는 소통이었다.

1일 오후 미디어국 직원끼리 고성이 오가는 한바탕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끼리도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조직위의 단면을 미디어국이 잘 보여줬다. 언론과 소통될 리 만무하다.

▲"계약직은 대회 끝나면 떠날 사람들"

조직위원회는 분야 전문가들을 비롯해 파견 공무원 그리고 계약직 직원 등으로 구성됐다. 계약직 직원들은 인권 유린에 가까운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말단일 경우 정도가 매우 심하다. 며칠 동안 집에 가지도 못하고 자리를 지켜야 했다. 쪽잠은 기본이다. 파견 나온 공무원들과 다르다.

직급에 따라 80만~130만원에 이르는 수당을 받는 일부 공무원들의 '나 몰라라'식 행보와 달리 '그 놈의 계약직'은 조직위에서도 찬밥이다. 미디어국도 마찬가지.

국제적으로 큰 행사에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당연하나 일한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직원은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뭐 이런 곳이 다 있나'라는 생각부터 했다. 그 정도로 문제가 많았고 여전하다. 모두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계약직은 어차피 조직위 해체와 함께 백수가 될 사람들이다"라는 말도 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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