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왕의 남자’ 류우익 전 주중대사(61)가 통일부 장관 내정자로 복귀했다. 한반도 대운하 등 대선공약 밑그림을 그린 핵심 측근인 그가 대북정책에도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지 눈길이 쏠린다.
류 내정자는 서울대 교수(지리학) 출신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잘 꿰뚫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 캠프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원장을 맡아 ‘한반도 대운하’와 나들섬 남북공동개발, 한반도 선벨트 개발 등 대선공약 줄기를 세운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취임사 작성도 총괄할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다 초대 대통령실장에 올라 실세임을 보여줬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 여파로 취임 3개월여 만에 물러났다가 2009년 11월 주중대사에 발탁됐다. 껄끄럽던 한·중관계를 풀고 북한과 대화통로를 구축해보라는 주문을 받은 것이다.
류 내정자는 지난 5월8일 개각 때 사실상 통일부 장관직을 약속받고 귀국했으나 측근 재기용, TK(대구·경북) 편중인사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회전문 인사’나 재산·논문 검증 과정에 격론이 예상된다.
대북관계에서 중요 직책인 주중대사 경험을 밑거름으로, 류 내정자에게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낼 복안이 있는지 주목된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남·북·러 천연가스 수송관 연결사업’을 염두에 두고 “11월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 데 대해 류 내정자와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류 전 대사는 현인택 장관이 추진하던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발전적인 통일정책을 해나갈 것”이라며 “의지도, 색채도 있으니까 장관이 바뀌면 대북정책이 조금씩 달라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대북 강경파의 상징인 현인택 장관은 이번에 ‘대통령 통일정책특보’로 일선에서 후퇴한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얼어붙은 남북 사이에 핵 문제와 천안함 침몰 사건 등 걸린 게 많아 일대전환은 쉽잖을 것이란 관측도 여전하다. 류 내정자에게는 주중대사 시절에도 “대중관계는 물론 북한과도 의미있는 채널을 만들지 못했지 않으냐”(여권 고위관계자)는 평가가 따라다닌다. 류 내정자가 현인택 특보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으로 이어지는 ‘매파 3인방’과 얼마나 차별화할지도 숙제다.
특히 정부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걸어놓은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도 쉽지 않아 운신의 폭이 좁다. 결국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큰 틀의 변화보다는 이산가족 상봉, 대북지원 같은 인도적인 유화책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정치학)는 “류 장관 내정에는 일단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같다”며 “북한도 현 장관 교체로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8ㆍ30 개각 국무위원 명단★
통일부 장관 : 류우익(61) 경북/서울대 대통령 실장, 주중국 대사
복지부 장관 : 임채민(53) 서울/서울대 산자부 산업기술국장, 지경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문화부 장관 : 최광식(58) 서울/고려대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여성부 장관 : 김금래(59)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재)서울여성 대표, 한나라당 의원
국무총리실장 : 임종룡(52) 전남/연세대 재정부 기획조정실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재정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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