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50)이 26일 시장직 사퇴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주민투표 무산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거취를 매듭짓는 것이다.
오 시장의 한 측근은 25일 “26일 오 시장이 거취 표명을 할 것”이라며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즉각 사퇴 결심을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에 전달했다. 홍준표 대표와 김정권 사무총장, 김기현 대변인 등은 회동을 갖고 사실상 오 시장의 입장을 수용키로 결정했다.
오 시장의 결심은 24일 저녁 주민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굳힌 것으로 판단된다. 오 시장은 이날 밤 홍 대표, 청와대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4인 회동’에서 “즉각 사퇴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10월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직접 나서서 돕겠다”는 뜻도 밝혔다.
오 시장이 즉각 사퇴를 결심한 것은 주민투표가 패배로 귀결된 상황에서 시장직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식물시장’으로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장기간 사퇴 압력에 시달리기보다는 깨끗이 물러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을 내년 4월로 연기하기 위해 10월1일 이후 사퇴라는 정치적 ‘꼼수’를 부릴 경우 정치적 상처가 커질 것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서울지역 의원들의 여론도 10월 보궐선거로 기울고 있어 심리적 부담도 경감되고 있다. 다만 홍 대표와 청와대의 강력한 만류 때문에 사퇴시기를 잠시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독단적’ 사퇴 결정이 향후 정치 항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 시장이 이해득실을 고려해 즉각 사퇴할 경우 여권에서 재기할 입지가 협소해질 수도 있다. 홍 대표는 오 시장의 사퇴를 만류하며 주민투표 지원의 ‘내막’을 공개하겠다고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은 당과 청와대가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 것으로 보인다. 한 서울지역 의원은 “오 시장은 청와대와 당의 지원 때문에 하루 이틀 연기하면서 명분을 쌓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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