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미국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사임은 최근 구글과 모토로라 합병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일 “국내 업체들은 스마트 기기를 둘러싸고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잡스의 갑작스런 사임이 일단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잡스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큰 만큼 그의 사임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국내 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에 호재임은 확실하지만 정확한 상황 파악이 필요하다”면서도 “애플은 스티브 잡스에 대한 개인 의존도가 아주 큰 회사여서 잡스가 애플에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제품 구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그의 퇴진은 일정 부분 애플 경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차기 제품군에 대한 준비를 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소비자들이 잡스가 없는 애플의 제품을 좋아할지는 의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좀 멀게 보면 잡스가 떠난 애플에 실망을 느낀 고객들이 삼성이나 LG 같은 경쟁사 다른 제품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부품을 제조하는 한 업체 임원은 “잡스가 애플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고려하면 한국의 스마트 기기 업체들은 잡스의 사임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덮고도 남는 큰 호재”라고 말했다. 그는 “잡스의 사임이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결과가 아니고 갑자기 나온 것이라면 애플의 리더십에 대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잡스의 퇴진이 1인체제에서 집단지도체제로의 변화를 뜻한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온다. 잡스가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물려줬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잡스의 퇴진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과의 소송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소송전에서 애플과 삼성이 벌여놓은 게 워낙 많아 잡스의 퇴진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잡스의 공격적인 성향이 두 회사의 소송전에 반영된 면이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더이상 소송이 확대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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