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말로만 비상경영' 더이상 안 통한다!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08-23 1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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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해야 할 때

비상.jpg[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삼성ㆍ현대차ㆍLG그룹 등 대기업들이 일제히 비상경영에 돌입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남유럽에 이어 미국까지 재정위기에 휩싸이면서 세계 경제에 더블딥 가능성이 커진 데다 정보기술(IT) 시황 악화, 구글ㆍHP 등 IT 공룡들 간 빅뱅 움직임으로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주력인 삼성전자는 당초 하반기에 기대했던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보고 비상경영 시기와 시행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 절감을 일단 뺀 경비삭감 방안이 유력하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과 비상근무체제를 강화했다. LG 그룹은 LG 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에 건설하려던 8세대 LCD 공장 착공을 연기하고 투자 규모를 1조원 축소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기업들이 지금 직면한 도전은 일시적인 경기 침체나 시황 악화 탓이 아니다.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외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자마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경기 침체 기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해 애플에 도전장을 내고, 세계 최대 PC 업체인 HP가 PC사업을 분사하는 대신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노미를 인수하기로 하는 등 IT업계는 이미 빅뱅(big bang)에 돌입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산업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따라서 임기응변식 경비 절감, 인건비 감축과 같은 식으로는 위기를 넘기기 어렵다. 무엇보다 근본적 체질 개선을 위해 혁신이 일상화할 수 있는 개방적인 기업 문화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엉뚱하게 계열사를 늘리거나 중복투자하면서 핵심 역량을 분산시키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 소프트웨어 관련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고 창업가의 의욕을 복돋울 수 있도록 건강한 산업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야 한다. 지배구조에 집착하기보다 생존을 위해서도 M&A를 활성화시키는 일이 꼭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도 일자리의 원천인 국내 기업들이 급격한 상황 변화에 처했음을 인식하고 경영애로 타개를 돕는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는 일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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