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리비아 반군의 트리폴리 진격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축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 원유 시장에서도 유가의 하락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리비아에서 내전사태로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서 수급 차질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왔던 만큼 내전이 종식되면 리비아가 수출시장에 복귀해 공급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제 원유 시장을 담당하는 앤드루 리포우 애널리스트는 2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2일 시장에서는 분쟁이 종식될 것이라는 안도감의 표시로 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리비아는 그동안 하루 150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해왔는데 내전 발발 후 이중 대부분의 수출이 중단됐다.
이런 리비아의 수출량은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리비아산 원유는 다른 원유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품질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줬었다.
리비아산 원유는 유황 성분이 적은 고품질의 원유(Sweet Crude)이며, 유럽과 아시아 지역은 유황성분이 많은 원유(Sour Crude)를 정제할만한 시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리비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원유 수급 면에서 리비아 사태로 인한 충격은 유럽이 미국보다 더 컸다.
리비아가 수출하는 물량의 85% 이상을 유럽이 수입하며 이중 3분의 1 이상은 이탈리아가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아시아가 수입하고 미국에 수입되는 물량은 5% 수준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내전 초기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가 석유시설 파괴를 명령했다는 소문이 돌자 유가가 폭등세를 지속하기도 했었다.
원유시장의 전문가들은 그동안 리비아 사태가 국제유가를 배럴당 10∼20달러 가량 인상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고 리비아 내전이 끝나도 이로 인해 국제 원유 시장에서 유가 하락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시간도 상당히 걸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제 원유 시장에서는 수급 문제보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후 전 세계 경기의 향배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비아 내전의 종식은 전 세계 경제성장 둔화 우려로 약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의 하락세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기대되지만, 경제 지표와 경기 상황이 호전되면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로 인해 유가가 상승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크다.
내전이 종식돼도 불안한 정치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석유 생산과 수출 재개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원유담당 애널리스트인 짐 리터부시는 "어쨌든 심리적으로는 매도세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 재개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라는 의문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매도세가 공개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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