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방송광고판매대행사(방송광고대행사) 관련 법률의 공백으로 광고 시장에 일대 혼란이 예상되는데도 국회가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종합편성채널과 기업 간의 광고 직거래를 저지하겠다고 장담했던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관련 상임위원회 정상화에 합의했다가 이틀 만에 번복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한나라당과 방송광고대행사법 처리 일정이 합의되지 않아 오전 10시로 예정된 상임위 전체회의를 보이콧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 문방위원·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8월 임시국회 중 방송광고대행사법이 처리되도록 온몸을 던져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며 “무법천지 상태인 방송광고 시장을 그대로 놔두면 방송광고 영업과 편성·제작 행위가 혼재돼 방송광고 시장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17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민주당 대표실 회의 도청 의혹에 연루된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을 문방위 법안심사소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게 한다는 조건으로 한나라당과 상임위 정상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재청에 대한 결산심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을 뿐 시급한 현안인 방송광고대행사 법안 처리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종편을 방송광고대행사에 포함시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포기하고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을 규제할 생각이 없는 한나라당에 순순히 합의해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이 이틀 만에 정상화 합의를 번복하고 상임위 보이콧으로 돌아선 것은 방송광고대행사법 입법을 도외시한 데 대한 언론 종사자들의 비판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종편을 방송광고대행사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광고영업과 편성·제작이 분리돼야 한다는 민주당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상임위 회의를 앞두고 김 의원과 천정배·최종원 의원을 호되게 질타했다. 손 대표는 “KBS 수신료 인상 문제도 당에 큰 부담이 됐는데 이런 식으로 안이하게 해서 정기국회를 어떻게 치를 것이냐”며 “어영부영할 거면 간사도 그만두고 문방위원도 다 바꾸라”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는 문방위원들에게 “미디어렙(방송광고대행사) 입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철저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방송광고대행사 법안 제·개정 문제는 2008년 12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 판매대행 독점 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두됐다. 법률 개정 시한이 2009년 12월로 만료됐지만 여야는 입법을 차일피일했다. 지난해 말 종편 4개 채널이 선정되면서 입법 공백에 따른 폐해는 더욱 커지게 됐다. 방송광고대행사법 입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반기 방송 개시를 앞두고 있는 종편은 사실상 아무 제한 없이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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