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한나라당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목전에 두고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50)은 당 지도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장직 진퇴’ 카드를 다시 흘리며 군불을 지폈다. 오 시장은 1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지역 당협위원장과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시장직 거는 문제를)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전 양상에 따라 ‘시장직 사퇴’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홍준표 대표(57)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투표는 정책투표지 신임투표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깽판’치려는 판에 시장직을 거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오세훈이 노무현(전 대통령)이냐”고 반문했다.
반면 친박계 구상찬 의원(54)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 일각에서 주민투표에 총선 공천을 건다는 말이 흘러나오는데 소신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는 의원들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전날 나경원 최고위원(48)의 “주민투표를 친박과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 박근혜 전 대표가 도와줄 줄 알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는 언론 인터뷰에 대해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사단은 곳곳에서 이어졌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53)과 홍준표 대표는 이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다시 정면 충돌했다. 유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여당이 당론을 정하는 정책의총도 한번 열지 않고 일개 서울시 단체장이 혼자 결정한 대로 이끌려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소득 하위 50% 학생에게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한다는 오 시장 주장이 한나라당 당론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유 최고위원은 또 “지금이라도 중앙당이 거리를 두는 게 맞다”며 “서울시는 16개 광역시·도 중에 한 개에 불과하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이미 하는 경기도의 김문수 도지사는 민주당 도지사냐”라고 말했다.
거침없는 발언에 당황한 홍 대표가 “그만해”라고 제지했지만 유 최고위원은 “16개 광역단체 중에 일개 단체장이 상의도 없이 정한 방침이 그게 무슨 당론인가”라고 이어가면서 회의장 분위기가 급랭했다. 홍 대표가 재차 “됐다”며 말을 끊으려고 했지만 유 최고위원은 “당이 앞으로 일어날 여러 사태에 대해 충분한 대비책을 세울 것을 촉구한다”며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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