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수첩] 국회 청문회, '조남호 생쇼' 막아라!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08-19 12: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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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노력으로 증인의 불성실한 태도 일벌백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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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조남호의 도덕적 해이가 부산 영도다리를 넘어 국회와 국민을 우롱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청문회'에 출석한 조남호 회장은 '인면수심'의 부도덕한 행태와 최소한의 상식도 갖추지 못한 저급한 윤리의식으로 증인석에 앉았다.

이날 조 회장은 정리해고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에게 조문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또 조 회장은 지난 10년동안 3000여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도 진정어린 반성이나 참회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정리해고를 최소화하라는 의원들의 요구를 마지못해 수락하는 척하며 "노사 자율에 맡겨달라",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등 '정리해고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들 조차 "정리해고 다음날 주주들에게 수백억원의 현금과 주식을 배당하는 것은 옆방에서 불이 났는데 갈비 구워 먹는 격", "해고자 위로금, 해고근로자 자녀 학자금 등 수백억원을 주겠다고 했는데 그럴 돈 있으면 왜 정리해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회장의 오만방자한 태도는 이미 예견됐다.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조 회장은 해외 수주 활동을 핑계로 40여일간 국회 출석을 미뤘다. 하지만 2주간이나 국내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며 기만행위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이날 청문회의 하이라이트는 모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조 회장의 '청문회 대비 문건'이다. '청문위원들의 공격적 질의에 대비한 답변 키워드'라는 제목의 이 문건을 통해 조 회장은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은 물론 12명의 청문위원들의 전방위 압박을 이겨냈다.

문건은 '지루할 정도로 느리고 다소 어눌하게, 호소하는 어투로 답변'하라고 적었고, 부정적 표현에도 '아닙니다/예' 등 즉답을 지양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 하라고 했다. 53일간 해외체류를 한 게 아니라 7월 중 2주간 국내 체류한 것에 대한 답변으로 '청문회를 앞두고 고의적 도피가 아니라 선주와 약속된 예정된 일정이며, 수주활동을 위해 불가피한 출국'이라고 답하도록 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커닝 페이퍼를 써서 청문회에서 국민을 우롱하느냐"고 비판했다. 심지어 여당인 한나라당 이범관 의원조차 "앞장서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은 부도덕한 기업인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국회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공청회나 청문회는 주요 정책을 결정하거나 입법하기에 앞서 관련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현안들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다. 특히 채택된 증인이 정직한 증언을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 국회 청문회는 '청문회의 꽃'이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이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나라에서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바로 국회 청문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청문회에서 나온 답변들은 "잘못 알려졌다" "검토해 보겠다" 등 애매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청문회의 꽃'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다.

국회 청문회의 권위가 추락한데는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함께 국회의 책임 또한 크다. 국민들의 마음을 읽고 정확한 사실과 명확한 논리로 증인들이 진실을 밝힐수 밖에 없도록 해야함에도 국회 의원들은 TV 카메라에 잡힐 몇 초의 순간을 의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는 제2, 제3의 조남호식 생쇼를 막기위해 국회 의원들은 보다 엄정한 사실과 명확한 논리로 추락한 국회청문회의 위상을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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