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모든 국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대한민국은 헌법 21조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보수진영의 폭력으로 얼룩졌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했다 우파단체인'라이트코리아' 회원 박모씨(62)에게 "종북주의자! 빨갱이"라는 말을 들으며 머리채를 휘둘리는 등 폭행을 당했다.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보·보수단체 회원들의 시위가 예고돼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경비병력을 배치했으나 폭행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경찰은 언론을 통해 폭행 장면이 담긴 사진이 공개된 뒤인 16일에야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일 서울 덕수궁 앞 '희망단식농성장'에서 우파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로부터 물병 세례를 받았다. 지난 2일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79)이 같은 곳에서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들은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백 소장이 탄 택시 밑에 들어가 운행을 막고 차문을 열어 우산으로 찌르는 등 10여분 동안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에도 4대강 사업을 강행하는 등 정부의 일방통행이 계속되자 진보세력은 뭉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뿐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등을 돌린 것으로 나오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보수세력이 결집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일련의 폭력 사태다. 그러나 이 같은 행위는 그들이 늘 소리 높여 외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이 없는, 증오와 분노로 가득 찬 사회를 민주공화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1940년대 후반 해방공간에선 우익에 의한 백색테러가 횡행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와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깡패들이 동원됐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하지만 정부가 우파의 폭력을 방기한다면 이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민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민주주의를 정부가 나서 훼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체도 잘 보이지 않는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한상대 검찰총장)에 나서겠다면 그전에 '우익폭력세력'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적 아니면 동지'라는식의 흑백논리가 만연한 이때,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력 대신 다름에 대한 이해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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