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오세훈 시장이 (백제의) 계백 장군처럼 혼자 싸우다 죽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를 1주일 앞둔 상황에서 당 지도부의 한 사람이 이렇듯 비관적인 얘기를 꺼낸 이유는 뭘까. 나 최고위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현역 의원, 당협위원장 중 3분의 1밖에 안 움직인다고 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주민 투표 지지 의사가 알려진 상황에서도 일부 지도부는 오 시장을 비판하거나 불만을 터뜨리고, 어떻게 하면 주민투표에서 발을 뺄까 하는 궁리만 한다"는 것이다. 나 최고위원은 "친박과 소장파는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고, 친이는 이미 와해돼서 보이지 않는다.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 없이 오히려 오 시장과 차별화하는 게 이익이라고 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 박 전 대표가 도와줄 줄 알았는데 전혀 움직임이 없다"면서 "당원이든 의원이든 (주민투표 지원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계백 장군이 황산벌에서 죽고 나서 백제가 망했듯이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지고 나면 한나라당이 망할 수 있다"면서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투표 거부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금 추세로 가면 투표율이 20%대 초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계파를 넘어 총력전을 펴야 (투표 유효 기준인) 33.3%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주민투표에서 지면 수도권 총선에서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을 대신하는 새로운 외곽 보수 정당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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