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14일 "독도에 현재 주둔하고 있는 독도경비대 대신 해병대가 주둔하도록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독도문제에 대해 조용한 외교, 소극적 대응을 하는 시대를 넘어 적극적으로 독도에 대한 영토 수호 의지를 확인해야 할 시점에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울릉도에 1개 중대급 해병대를 배치하고 그 부대에서 1개 소대씩 독도에 순환 근무를 하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독도에 해병대를 배치하면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군이 나서거나 일본 극우 인사들의 독도 상륙 같은 상황이 없는데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키는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언제든 병력을 배치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이라고 했다.
독도에 독도경비대 대신 해병대를 배치하게 되면 독도문제는 '외교적 사안'에서 '군사적 사안'으로 바뀐다. 청와대와 정부가 '신중하고 장기적인 검토'를 강조한 이유는 해병대 주둔이 가져 올 군사적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4월 국회에서 "독도에 해병대를 주둔시켜야 하지 않느냐"는 한나라당 김옥이 의원의 질문에 "현실적인 면에서 경찰의 주둔이 적절하지만 상황 전개에 따라 강력한 군대가 주둔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날 홍 대표의 해병대 주둔 요구에 대해 김 총리 발언 이상으로 대응하려 하지 않았다. 우리 측이 독도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이면 일본 측에 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빌미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해병대는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전투형 부대"라며 "그런 부대를 배치하면 일본은 최고의 전투력을 갖춘 공격형 전력을 동해상에 배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신중 기류가 적지 않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감정적·정치적 통쾌함과 외교적·국가적 이익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원유철 국방위원장도 "우리 군의 독도 주둔은 언제든 쓸 수 있는 카드지만 그 시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홍 대표의 이날 '해병대 주둔' 발언에 대해 "실제적인 효과보다는 국내 정치적 목적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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