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중북부 미시간주 홀랜드를 찾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하루 전 워싱턴 포스트는 신용등급 강등, 실업률 9.1% 등으로 휘청이는 오바마의 소식을 전하며 “공화당이 대선 레이스에서 피 냄새를 맡았다(Republicans smell blood)”고 보도했다.
배터리 생산업체인 존슨컨트롤스 공장 근로자들과 만난 그는 “미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정치에 뭔가 문제가 있다. 좌절감을 느꼈다”며 의회의 당파 싸움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곤 ‘문제는 경제야’를 역설했다. 오바마는 “유럽 부채 문제 등 해외의 악재가 겹치고 재정 지출이 줄면서 경제 성장을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부양을 위해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을 부양할 수 있는 새 제안들을 매주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단위로 처방전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도 분주해졌다. 사전에 배포된 공식 일정상에 없었지만 10일 오후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긴급히 비공개로 만났다. 이 자리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진 스펄링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의장도 참석했다. 오바마는 15일부터 미 중서부 도시 등을 돌며 일자리 창출을 정책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버스 투어도 예정해 놓고 있다. 일종의 선거 유세인 셈이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환경들은 여전히 적신호다.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업무 수행 능력에 대한 지지도는 7월의 49%에서 4%포인트 떨어진 45%를 기록했다. 역시 취임 뒤 최저치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에게 패하기 전 지미 카터 대통령이 갖고 있던 바로 그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성급한 급진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들은 “2012년 대선에 오바마 대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후보로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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