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 투자 비중 높아 낙폭 컸다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13 09: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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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7거래일 동안 미국의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했다 다시 침체하는 현상)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공포로 세계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이 기간 한국 코스피는 14.85% 떨어졌다. 17.41%로 가장 크게 하락한 독일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 증시 진동이 가장 심했던 것이다. 악재의 근원지인 미국은 9.66% 하락에 그쳤다. 홍콩(-11.76%), 일본(-8.19%), 대만(-9.88%)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10% 안팎 떨어졌고 중국은 4.86% 하락에 그쳐 선방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대외 악재에 심각한 수준으로 취약하다는 의미다. 그 배경은 31%에 이르는 외국인 투자 비중에 있다.

노무라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외국인 투자 비중은 대만(32%)을 제외하면 싱가포르(24%), 태국(21%)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다. 외국인들이 돈을 빼기 시작하면 쉽게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위기 국면에서 외국인의 통상적 매도에도 주가가 쉽게 밀려버리는 것이 현 장세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정대희 연구위원은 “외환보유액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갈 때 버티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자본시장은 또 거래대금이 비교적 많고 회전율도 높아 외국인들이 쉽게 현금을 빼가기 쉬운 구조다.

이재훈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회피 의지가 선명해져 부채를 줄이기 위해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수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신흥시장에서도 한국 증시의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차익실현의 성격도 강했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향방에 증시가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안전판 마련에 나섰다.

장기투자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제공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한국이 짧은 시간에 사고파는 ‘단타 투자자’에게 좋은 먹잇감이라는 이미지부터 바꿔야 한다”며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가 세제 혜택”이라고 밝혔다.

내국인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장기투자 문화 확대로 시장의 안정성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KB투자증권 김수영 연구원은 “분명한 것은 외국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4.13포인트(1.33%) 내린 1793.31로 마감했다. 미국 고용지표 개선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초반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지만 투자심리가 악화되며 장 막판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4.91포인트(1.05%) 오른 474.15로 마감했다.

세계 증시는 혼조세다. 일본과 대만은 각각 0.20%와 1.06% 하락했으나 중국은 0.45% 상승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11일(현지시간) 나란히 상승 반전했다. 미국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39만5000건으로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해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고용시장에 미친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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