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미국 다음의 신용등급 강등 희생양은 프랑스가 될 것인가.
지난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한 이후 프랑스 역시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이하 현지시각) 과도한 국가채무와 낮은 경제성장률에 허덕이고 있는 프랑스가 미국에 이어 ‘AAA’ 신용등급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현재 프랑스가 처한 현실을 프랑스의 한 지역 상황에 빗대 묘사했다. FT는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타른(Tarn)은 원래 조용한 지역이지만 올해 들어 이 곳은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로 적막한 장소가 됐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인해 현 신용등급이 위태로워 보이는 프랑스도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국채시장 투자자들이 오는 12일 발표되는 프랑스의 2분기 경제 성장률을 유심히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2분기 성장률이 1분기의 0.9%보다 크게 하락한 0.2%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프랑스가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GDP대비 7.1% 수준을 기록했던 재정적자 규모를 오는 2013년까지 3% 이하로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낮은 경제 성장과 지지부진한 사회복지비용 삭감노력 등으로 인해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프랑스가 2013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GDP대비 3% 이하로 낮추려면 정부 지출 규모를 지금보다 훨씬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취약한 경제 상황은 투자 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국채금리는 크게 오르고 있고(채권가격 하락) 재정적자 규모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국가부도시 손실액을 보전하는 비용인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 역시 급등 중이다.
9일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은 1.61%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0.55%를 기록한 미국은 물론 페루나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들의 CDS 프리미엄보다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국가부도 위험 우려가 이들 국가보다 더욱 높다는 뜻이다.
이처럼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는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S&P는 프랑스의 예산정책이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고 향후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에 대한 가능성을 애써 부인했다.
FT는 프랑스 정부가 실시하려는 재정건전화 방안이 계획대로 실시될 수 있을 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프랑스 정부는 세금우대혜택을 크게 줄여 내년에 30억유로 규모의 예산을 절약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회 내 좌파 의원들은 이같은 재정건전화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도 프랑스의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서비스회사인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BBH)의 애널리스트는 “현재 프랑스의 국가신용은 미국보다도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금융시장의 전망도 비관적으로 나오면서 프랑스 정부는 이를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던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지자 결국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10일 경제부처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를 불러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와중에서도 사르코지 대통령이 한가롭게 여름 휴가를 떠났던 점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CNBC는 “지난 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했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휴양지인 리비에라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며 “혼란 속에서도 휴가를 갔던 사르코지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이 높다”고 보도했다.
CNBC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진 데 부담을 느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결국 휴가를 중단하고 돌아와 경제부처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를 불러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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