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한국은행이 두달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물가 잡기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을 우선순위에 올린 결과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리를 3.25%로 유지했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견해가 많았지만 미국과 유럽경제라는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일로를 달리면서 물가보다는 대외 불확실성을 더욱 염려한 것이다.
올해 남은 네달의 기준금리 결정에서도 한은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안정될지 단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한은의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성장률이 예상을 밑돈다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물가다. 금리 정상화가 늦춰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진다. 특히 태풍과 폭우 등 기상여건 악화로 농산물 가격 급등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도 “물가는 국제원자재 가격이 하락 움직임을 보이겠지만 농산물 가격 상승과 수요 압력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물가 완화 요인도 있다. 정부는 9월부터는 기저효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면 총수요가 감소해 물가 상승폭이 둔화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일시적인 요인이라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성장이 둔화하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물가 하락 가능성이 있지만 달러가 풀린 상황에서 원자재값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런 물가 불안은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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