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연말에는 좋아질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까?"(이명박 대통령)
"단기간에는 (회복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여러 참석자)
1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금융시장 위기 관리를 위한 정부 비상 대책 회의.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경제 불안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김황식 국무총리,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경제 각료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나빠진 미국과 유럽의 재정 건전성이 원인이며, 회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과거 외환 부족 때문에 위기를 맞은 것은 우리 자체에 문제가 많았고 2008년은 리먼브러더스 때문"이라며 "이번에는 미국의 재정 건전성 때문이고, 유럽도 남유럽이 위기라고 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외부에서 오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위기를 뭐라고 해야 하나"라고 참석자들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자 박재완 장관이 "말씀하신 대로 '재정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고, 이 대통령은 이어받아 "미국 재정 위기가 실물 경제 위기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며 "대외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실물 경제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열린 금융 당국 비상 회의에서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실물 부문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시작돼 단기적인 해결이 어렵고, 지속적으로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은 고용 시장, 주택 시장, 제조업 성장률과 같은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남유럽 국가들은 독자적인 통화를 사용하지 못하자 통화 정책 대신 재정 정책에 의존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신 부위원장은 "이런 문제는 장기간 누적됐다는 점에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13년 중반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사태 장기화를 예견케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경제가 그만큼 둔화되고, 가용할 수 있는 다른 정책 수단도 없어 당장 해결이 어렵다고 고백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외부의 영향을 받겠지만 한국의 펀더멘털이 튼튼하기 때문에 주식시장만 불안한 상태를 보일 뿐 외환·채권시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흥식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우리 상황과 상관없는 외부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심리적 충격에 의한 주식시장의 문제에 국한되며 외화 유동성 문제는 언급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비상 대책 회의가 끝난 후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참석자들이) 이번 상황을 '글로벌 재정 위기'로 정의하는 게 맞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감안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 내년 예산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예산 편성 기조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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