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야권의 대선주자 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64)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58)이 투톱으로 서고, 야권 주자들의 대선 화두도 갈라지고 있다.
새 틀이 만들어진 것은 문 이사장의 부상 때문이다. 문 이사장은 지지도에서 유력 주자인 손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월했다. 그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전국 성인남녀 37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9.8%로 손 대표(9.4%)를 근소하게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이사장이 야권 선두주자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손 대표가 4·27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 이후 지지도 10% 중반대를 형성하다 하락한 후 답보하는 것과 달리, 문 이사장은 7월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야권에서는 두 사람에 이어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7.7%), 한명숙 전 총리(4.3%),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3.1%) 순이었다. 야권의 대권 경쟁에서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손 대표의 그간 행보가 진보성향 유권자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는 반면 문 이사장은 회고록을 내면서 주목도가 높아진 데다 유시민 대표의 지지층까지 흡수하며 지지율이 더욱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권 주자들의 ‘대선 키워드’도 달라지고 있다. 통합은 공통된 화두이나, 스스로의 본선 경쟁력을 차별화하고 나선 것이다.
손 대표는 ‘균형 야당론’을 들고 민생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당 대표가 된 후 좌클릭해왔던 그는 지난 4월 분당을 보선을 거치면서 중도지향적으로 가면서 상대적으로 우클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보와 중도를 나누지 않고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노선의 모호함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손 대표는 감수하겠다는 태도다. 한 측근은 “손 대표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보여주기식의 행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야권 통합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정치 문턱을 넘었지만, 그의 ‘정치적 운명’은 스스로 내년 총선 승부처로 꼽은 부산·경남(PK)의 성적표에 따라 달라질 상황이다. 그가 중심이 돼 야권이 PK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에 균열을 낸다면 ‘문재인 대망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 출마에 대해 즉답하지 않지만 친노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본인도 꺾을 수 없는 어떤 흐름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문 이사장은 오는 26일 부산에서 회고록 <문재인의 운명> 북콘서트를 열고 27일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일(9월1일)을 기념해 열리는 봉하마을 음악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유시민 대표는 ‘진보의 길’을 승부수로 삼고 있다. 자신을 “대선 삼수생”이라며 출마 의사를 밝히는 정 최고위원은 줄곧 ‘담대한 진보’ 노선을 걷고 있다. 당내에서 무상복지와 비정규직 등 노동 현안 대응에 가장 적극적이란 평이다. 그는 “손 대표보다 나의 길이 민주당의 정체성에 더 가깝다”며 손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유 대표는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탈바꿈하려고 시도 중이다. 진보신당의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의기투합해 진보정당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참여당으로서는 통합 진보정당의 소수파가 되길 작심하고 간다. 우리 것을 다 버리고 간다”며 통합에 적극적이다. 9일에는 광주에서 이정희 대표와 함께 쓴 <미래의 진보> 북콘서트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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