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전 세계 증시는 또 한번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인가.
8월 8일 월요일 개장하는 아시아 증시는 지난 주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기습적으로 날린 펀치의 강도를 나타내 줄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S&P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가 마감한 후 세계 증시가 잠든 시간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했다. 이 때문에 아직 주요국 증시에는 이 충격이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 증시가 바로미터
8일 오전 9시 시장이 열리는 한국과 일본은 'S&P발 파도'의 첫 도착점이 된다. 이어 한 시간 뒤 싱가포르·대만(한국 시각 오전 10시), 홍콩·중국(한국 시각 오전 10시 30분) 증시가 잇따라 열리고 오후에는 독일·프랑스·영국 등 주요 유럽 증시가 개장된다.
이날 한국·일본 증시보다 앞서 뉴질랜드·호주 증시가 열리긴 하지만 이들은 농업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는 한국과 일본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자동차·전자기기 같은 경기 민감 제품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 신용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미국 신용 하락으로 미 국채 금리와 대출 금리 등이 상승하면서 경기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S&P의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이 더 고통스러운 긴축을 해야 한다는 경고라는 점에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특히 선진국인 일본과 달리 이머징 국가(신흥국)에 해당하는 한국 증시는 8일 세계 증시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30% 정도로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이어서 '외국인의 놀이터'로까지 인식된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장 초반 외국인 동향에 주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충격 덜어줄 요인은?
S&P의 신용등급 강등이 '예고됐던 충격'이라는 점에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P는 그간 미국 정부가 10년간 4조달러의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합의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압박해왔다. 이미 지난달 31일 미국 백악관이 의회와 2조 4000억달러 감축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부터 시장에선 S&P의 조치를 예상해왔다는 것이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증권 상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더블딥(이중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지난주 증시 폭락에 선(先)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추가 하락이 있을 수 있지만 과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말 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만 나온 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이 이탈리아·스페인 국채를 매입해 재정위기를 진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미국의 7월 신규 일자리(11만7000개)가 예상(8만5000개)보다 좋게 나온 점도 증시에서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한 점은 중국이 물가 부담을 덜고 긴축 정책을 완화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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