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부채 2조달러 계산 착오… 美 "신용 평가 자격 있나" 반발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08 12: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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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의 지적 인정하고도 "대세에 영향 없다" 강등 강행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지난 5일 신용 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발표하기 약 7시간 전쯤 미 재무부는 S&P측으로부터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미리 전달받았다. 재무부의 존 벨로우스 경제정책 차관보 대행은 S&P가 미국의 부채 규모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2조달러(약 2138조원)의 착오가 있었음을 파악하고 이를 S&P측에 알렸다. S&P의 산정치에 따르면 오는 2021년 기준 미 정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예상 부채 규모(22조1000억달러)의 비율은 93%이지만 미 재무부 주장대로라면 그 비율은 85%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30분쯤 S&P는 미 재무부의 지적사항이 맞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애초 결정을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오후 8시 20분쯤(현지시각) '설마'했던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전 세계로 타전됐다.

이처럼 S&P가 기본적인 수치 계산조차 틀린 상황에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란 중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미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백악관의 진 스펄링 국가경제회의 의장은 "2조달러라는 차액은 엄청난 것"이라며 "이번 일은 S&P가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자신의 주장을 끼워 맞추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기본적인 계산에서 문제가 있는 기관이 어떻게 신용등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P측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부의 재무정책 못지않게 의회의 정치 마비 상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달 초 가까스로 국가 부채 상한선 확대안을 통과시킨 미 의회가 앞으로도 재정 건전성 확보에 필수적인 재정 긴축안 등을 부결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S&P 등 소위 세계 3대 신용 평가사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들이 민간 회사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면서도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선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데 대한 반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신용 평가사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상품의 신용등급을 회사의 이익에 따라 엉터리로 평가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말부터 그리스를 비롯한 몇몇 유럽연합(EU) 국가들의 국가 부채 위기가 불거지자 또다시 칼자루를 쥐고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가차없이 하향 조정함으로써 위기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신용등급 하락 결정은 미국과 유럽 모두를 이들 신용 평가사의 행태와 권력에 비판적으로 만들었다"고 6일 전했다.

나머지 두 회사는 가능성은 열어두되 당장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디스는 지난 2일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AAA등급을 그대로 유지했다. 무디스 관계자는 "우리는 정치적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보지는 않는다"고 6일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재산정하는 데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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