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 폭락 대혼란… “재앙 징후”vs “일시 현상”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07 1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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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세계경제는 어디로 가는가. 미국의 더블딥(경기가 잠시 회복했다가 다시 침체하는 현상)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 부각으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재정·금융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회색빛 전망과 일시적 현상이라는 낙관적인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5일 코스피 2000선이 약 5개월 만에 다시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4.72포인트(3.70%) 떨어진 1943.7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나흘간 코스피지수가 228.56포인트(10.52%) 하락하면서 128조5835억원이 사라져 시가총액은 1097조1600억원을 기록했다.

대만 가권지수(-5.58%), 일본 닛케이지수(-3.72%), 중국 상하이종합지수(-2.15%) 등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경제가 다시 대혼란을 겪는 것은 미국의 경기회복과 유럽의 재정위기 극복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 의회가 지난 2일 국가부채 상한 증액 협상을 타결지은 뒤 정부지출 대규모 삭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긴축정책을 써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 같은 경기침체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더블딥 초기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재앙 수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4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더블딥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경제회복을 위한 길을 잘못 들어서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크루그먼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이상 징후가 나타날 때마다 유럽 위기와 동일본 대지진 등 핑계를 들이대며 미국 경제가 회복 중이라고 말해왔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고용창출과 성장 대신 재정적자 감축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잘못된 정책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채 협상 타결 직후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지출 삭감에 너무 쉽게 합의해줌으로써 경기후퇴(recession) 위기를 초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스티븐 펄스타인은 5일 워싱턴포스트 온라인판 기고 칼럼을 통해 “미국과 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의 근저에 놓인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한 적이 없다”면서 현 위기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다.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현 상태를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에 빗대 ‘대경색(Great Distress)’ 상태라고 진단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성장주의자인 로머 교수는 “현재의 위기가 향후 5년 또는 1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금융회사 와델 앤드 리드의 최고경영자(CEO)인 헨리 허만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미국 경제가 공포스러운 더블딥으로 가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가 일시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의 정부지출 축소는 이미 진행 중이었거나 오래전에 예견됐던 것이어서 새롭게 패닉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제임스 알투처는 4일 마켓워치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부채 한도 증액이 이뤄졌고 기업의 75%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고 있으며 가계부채 부담도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이 주식을 사들일 적기”라고 주장했다. 자산운용사 비리니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인 라즐로 비리니도 이날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증시가 상승세로 가고 있는 과정이다. 장기적 상승세에도 하락 국면은 있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소비자들이 과도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았던 소비와 집값 거품에 의존했던 2000년대 초기의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투자와 수출증대, 기술혁신에 의한 경기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의 실업률이 9.1%로 전달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짐에 따라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던 유럽 증시는 반등세를 보였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161.24포인트(1.42%) 상승한 11544.92에서 장을 열었다.

하지만 미국 고용지표의 개선은 지난달 노동인구 19만3000명이 노동시장을 떠난 데 힘입은 것으로 근본적인 경기회복과는 관련성이 적다. 결국 세계 증시의 향후 동향은 오는 9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 처방이 나올지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세계는 또다시 미국 경제의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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