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수첩] 'YS 키즈'의 득세와 '노무현의 아이들'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7-14 1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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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野 '盧 키즈' 대기... 與 대안 모색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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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노무현·이인제·손학규·홍준표·이재오·김문수·안상수·맹현규.

전혀 상관없을 거 같은 이들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에 의해 금빼지를 달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인제 전 경기지사는 1988년 김 전 대통령의 공천에 의해 정계에 입문한 'YS 키즈 1세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 임기 첫해 재보선에서 금빼지를 달며 'YS 키즈 1.5세대'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현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맹현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1996년 제 15대 총선 때 김 전 대통령에게 발탁된 'YS 키즈 2세대'다.

지난 6일 홍준표 대표는 상도동을 찾아 김 전 대통령에게 큰절을 한 뒤 "제가 YS 키즈 출신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내가 공천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 홍 대표처럼 멋있는 코스를 밟아온 사람은 없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다. 10여 년 전 쯤 이와 비슷한 결정적 장면이 있었다. 2002년 4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순회경선에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확정 후 상도동을 찾아 김 전 대통령에게 손목시계를 보이며 "총재님 13년 전 일본 다녀오시면서 사다 주신 시계입니다. 이렇게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맹장이 많은데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정말 장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공천 역사상 김 전 대통령은 1988년 총선과 1996년 총선에서 그 절대적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1996년 YS 공천은 현재까지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치르는 불리한 총선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지역 47곳 중 27곳에서 승리했다. 이때 홍 대표를 비롯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 안상수 전 대표, 맹형규 행정자치부 장관 등 'YS 키즈 2세대'들이 대거 정계에 입문했다.

1996년 공천으로 득세한 'YS 2세대'들이 한나라당을 장악했다면 1988년 공천으로 금빼지를 단 'YS 1세대'들은 민주당 쪽에서 활약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격전을 벌였던 노무현과 이인제가 그랬고 손학규 대표 역시 당시 재보선에서 정계에 입문했다.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십수년이 지난 지금 'YS 1세대'들은 2000년대 초반의 정치무대를 장악했다. 반면 'YS 2세대'들은 현 이명박 정부의 요직을 장악하며 득세했다. YS가 뿌린 씨앗이 꽃을 피운 것이다.

이제 새로운 씨앗이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노무현의 아이들'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나란히 승리했다. 또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김두관 경남지사 역시 당선됐다. 특히 김두관 경남지사는 친노 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대선 와일드 카드 중 하나다. 안희정 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젊은 피'다.

여기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4·27 재보선 이후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급부상했다. 또 유시민 국민중심당 대표 역시 '노무현의 아이들' 중 하나다. 이들 모두 앞으로의 정치행보를 기대하게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한나라당의 쟁쟁한 차세대 주자들을 꺾을 만큼 여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의 만개한 YS 2세대들은 그들의 대를 이을 후임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썪고 있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내년 공천 칼자루를 쥔 사무총장 자리를 두고 내분 조짐을 보이더니 12일, 계파 갈등의 불씨를 남긴채 재선의 김정권(김해갑)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천천히 싹을 틔울 준비를 하는 '노무현의 아이들'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반복되는 역사의 굴레 속에 10년 후, '노무현의 아이들'과 새로운 보수우파의 아이들이 이끌어갈 대한민국의 정치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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