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호 내부 갈등 조짐, '집안부터 잘 다스려라!'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7-12 14: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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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2008년 '공천 대학살' 복수의 전조 울려

김정권.jpg[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천하를 다스리려는 자, 집안부터 다스려라!'

지난 4일 선출된 홍준표 신임 한나라당 대표에게 꼭 어울리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 내 최고위원회의실에서 회의를 가졋다. 회의가 시작된지 1시간 경, 홍 대표의 고함 소리가 새어나왔다. "내가 당 대표에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는데!"

그로부터 20여분 후, 홍 대표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아예 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왔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설득 끝에 홍 대표는 30여분 만에 다시 회의장으로 돌아갔다. '내홍'에 휩싸인 한나라당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정적 한 장면이다.

이날 충돌의 핵심은 공천자료와 돈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사무총장 인선과 관련해 촉발됐다. 홍 대표는 26개 당직 가운데 20여개 자리에 대한 인선안을 전하며 최측근인 김정권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선거 때 여론조사 자료를 장악하는 여의도연구소장에는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중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희룡, 유승민 최고위원은 "다른 자리는 몰라도 사무총장에 김 의원은 절대 불가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들은 홍 대표의 인사가 '캠프인사'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당직 하나 임명 못 하게 하느냐"며 소리를 질렀고 이날 표결처리까지 하려 했던 뜻은 관철되지 않았다.

온갖 논란 속에서도 홍 대표 12일 결국 자신의 뜻을 이뤘다. 재선인 김정권(경남 김해갑)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이다. 홍 대표는 이날 낮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 등이 담긴 당직인선안을 반대파들의 퇴장 속에 의결했다.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표결에서 홍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5명은 만장일치로 김 의원의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유승민, 원희룡 최고위원은 "인정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일주일만에 계파정치로 회기했다'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유-원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당 지도부들은 김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국민경선제도입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공정한 기준 마련 ▲예측 가능한 공천 일정 마련 ▲관련 당헌.당규 개정 등에 합의하고 합의사항을 내달 중 마무리짓는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결은 제1.2 사무부총장과 여의도연구소장 등 3개 자리를 제외하고 23개 당직에 대해 이뤄졌다. 하지만 유-원 최고위원은 이과정에서 "왜 당당하게 하지 못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했고 결국 회의실을 뛰쳐나와 최고위원실로 향했다.

유 최고위원은 당사 내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굳이 마음이 편한 분을 기용하려면 사무 1부총장에 임명하고 대신 사무총장은 계파색 옅은 3선 의원을 임명하는 것이 공정한 공천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표결로 임명된 사무총장과 부총장을 정치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 최고위원 역시 "전례없는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강행한 데 대해 전례없는 사태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친박계는 지난 2008년 총선 공천 당시 당 사무총장을 장안한 친이계에 의해 '공천 대학살'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4년이 지난 현재, 당내 주도권을 장악한 친박계와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의 사활을 건 계파싸움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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