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대한민국 경제를 뒤흔든 85개 부실 저축은행들이 오는 5일부터 두달간의 경영진단을 통해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쓰지 않았던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실상 공적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가망이 없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사망선고'를 내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4일 현재 영업중인 저축은행 가운데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방향'을 발표한 곳은 전국 98곳이다.
이 가운데 상반기에 이미 검사를 마친 10곳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2곳,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우리금융저축은행을 뺀 85곳은 다시금 시험대에 오른다.
금융감독원은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과 함께 340명의 인력을 투입해 경영진단반 20개를 꾸려 5일부터 4~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한다.
경영진단반은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등 은행 건전성을 평가하는 잣대를 동원해 저축은행 존폐를 가름짓는다. 이번 점검은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된다.
경영진단반은 특별점검 착수와 동시에 대주주에게 자력구제 계획을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검사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이의 제기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기준과 절차를 정해두고 평가와 해석에 통일성을 높일 계획이다.
금융위가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마치면 정부는 정책금융공사를 동원, 공적자금을 본격적으로 수혈한다.
정부 보증이 붙지 않은 금융안정기금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금융안정기금은 특별법상 공적자금으로 분류된다.
금융위는 그간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영업정지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아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9월 말 연간실적 공시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도기준인 5%를 넘을 것으로 보이는 저축은행에게만 공적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아직 지원규모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주주가 개인재산을 매각해 내놓은 자본금만큼만 '매칭펀드' 형태로 공급한다는 원칙이다.
대신 BIS 비율이 5%를 밑돌 것으로 보이는 저축은행은 원칙대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BIS 비율이 3~5%는 경영개선권고(6개월 내 정상화 기회 부여), 1~3%는 경영개선요구(1년 내 정상화 기회 부여) 대상이다.
BIS 비율이 1%에 못 미쳐 경영개선명령 대상으로 분류되면 일단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토록 해 정상화가 가능한지 검토한다.
계획이 만족스러울 경우 3개월간 경영개선명령이 미뤄지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자본 잠식 상태로 영업정지가 불가피하다.
부실 저축은행 매각에 쓰이는 재원은 기존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에서 조달키로 했다.
특별계정은 2026년까지 15조원가량 동원할 수 있는데, 현재 남은 6~8조원으로 부족하다면 특별계정 운영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