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말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얼굴 없는 천사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지면서 겨울 한파가 따뜻한 온기로 바뀌고 있다. [출처/구세군 홈페이지 이미지 캡쳐]
[데일리매거진=안정미 기자] 연말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얼굴 없는 천사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이어지면서 겨울 한파가 따뜻한 온기로 바뀌고 있다.
지난 14일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직원에게 "사무실 입구 쪽에 물건 하나가 있으니 잠시 나와보라"고 말한 뒤 이내 전화를 끊었다.
직원이 곧바로 나가보니 사무실 문 앞에는 종이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봉투 안에는 5만원권 다발과 1천원짜리 지폐 몇장, 녹슬고 때 탄 10원짜리 동전 몇개, 손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다. 현금은 총 5천534만8천730원에 달했다.
편지에는 "네 이웃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 가르침을 흉내라도 내고자 1년 동안 납부했던 적금을 가난하고 병원비가 절실한 가정의 중증 장애아동 수술비와 재활치료에 사용하기 바랍니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익명의 이 기부 천사는 그러면서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이 올해보다 더 행복하고 덜 아팠으면 좋겠다. 내년 연말에 뵙겠다"고 했다.
▲사진=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손 편지와 함께 현금 총 5천534만8천730원을 기부한 '얼굴 없는 기부 천사' [제공/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앞으로도 얼굴을 알리지 않고 기부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경남모금회는 봉투에 든 편지 필체와 올해 초 2억6천여만원을 기탁한 기부 천사의 필체가 똑같은 점으로 미뤄 두 사람이 동일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이 돈을 기부할 때도 자신의 이름을 철저히 숨겼다.
당시 경남모금회 계좌에 송금자를 '익명'으로 표시해 2억6천400만원을 보냈다.
우편으로 보낸 통장 4개에 적혀 있는 이름과 계좌번호, 거래은행명도 모두 지워진 상태였다.
경남모금회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이 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한 치료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18일에는 경남 거창군 가북면사무소에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할머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고 적힌 봉투를 면사무소 직원에게 아무 말 없이 내밀었다.
봉투 안에는 현금 50만원이 들어있었다.
가북면 작은 산골 마을에 사는 할머니는 3년 전부터 이맘때가 되면 면사무소를 찾는 또다른 기부 천사다.
할머니는 앞서 2016년 100만원, 지난해엔 5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채 서둘러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할머니가 매년 나물을 뜯고, 농삿일 날품을 팔아 모은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두호 가북면 복지지원 담당은 "기부자의 소중한 뜻에 따라 저소득 아동과 취약계층 주민 난방비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경남 거창군 가북면사무소에 한 할머니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세요'라며 현금현금 50만원이든 봉투를 전달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부 천사' [제공/거창군 가북면사무소]
지난 10일 대전 동구 효동과 판암1동 주민센터에는 화물차 한 대가 도착했다.
짐칸에는 쌀가마니가 가득 실려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독지가가 3년 전부터 보내오는 사랑의 쌀이라고 주민센터 측은 전했다.
그는 효동주민센터에 480㎏, 판암1동 주민센터에 520㎏의 쌀을 각각 전달했다.
지난 12일 충북 제천시청 사회복지과에는 한 여성이 불쑥 찾아와 흰 봉투를 내밀고 떠났다.
봉투 안에는 아무런 메모도 없었다. 단지 2만장의 연탄(1천500만원 상당) 보관증만 들어있었다.
기부자는 16년째 이런 선행을 하면서도 신분을 밝힌 적이 없다.
시 관계자는 "봉투를 건넨 분에게 기부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려 했지만, '담당자에게 전달만 부탁한다'는 대답만 남기고 곧바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사진=이름을 밝히지 않는 '기부 천사'가 3년 전부터 보내오는 사랑의 쌀 [제공/대전 동구]
다른 지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익명 기부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회 모금액이 작년에 비교해 크게 줄어든 상황이지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크고 작은 정성을 모아 전달하는 익명 기부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