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
[데일리매거진=송하훈 기자] 지폐를 셀 때 쓰이는 지폐계수기가 몸에 해로운 실내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배출원으로 지목돼 지폐게수기가 설치된 은행점포, 화상경마장 등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입수한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지하1층에 위치한 36평 규모의 수납본부에서 휴대용 공기질 측정기 4대를 이용해서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2일 오후 4시11분부터 이뤄지는 중간수납때 미세먼지(PM10)농도는 26㎍/㎥로 나타났다. 10분쯤 지난 오후 4시22분 측정된 미세먼지 농도는 184㎍/㎥까지 높아졌다.
또 최종수납 지폐계수가 시작될 무렵인 오후 6시19분 미세먼지 농도는 48㎍/㎥이었으나, 지폐계수가 한참 진행된 6시25분에는 408㎍/㎥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폐계수가 빠른 속도로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다는 보여주는 것으로, 1분당 1,000매가 넘는 돈을 세는 지폐계수기가 실내 미세먼지의 배출원이란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다는 한국마사회가 7월 7일부터 7월 28일까지 측정한 바에 따르면 경기 광주 72㎍/㎥, 인천 남구 76㎍/㎥, 서울 영등포 63㎍/㎥, 인천 부평 60㎍/㎥, 서울 동대문 59㎍/㎥ 등 지폐계수기가 설치된 장외발매소(화상 경마장)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지만, 전국 30여개 장외발매소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3.6㎍/㎥로 비교적 양호했다.
경마장 관람대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는 ▲제주 구관람대 84.5㎍/㎥, 신관람대 49.7㎍/㎥ ▲서울 신관람대 68.3㎍/㎥ 구관람대 66.5㎍/㎥ ▲부산·경남 관람대 서단 32.8㎍/㎥ 동단 31.8㎍/㎥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SC제일은행 ○○지점에서 지난해 5월 11일 측정한 바에 따르면 실내에서 미세먼지(PM10) 157㎍/㎥, 초미세먼지(PM2.5) 131㎍/㎥으로 나타나 은행점포내 실내 공기질이 매우 나쁘게 나타났다.
지폐로 인한 세균오염과 미세먼지의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2016년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연간 35,000명이 독감으로 숨지고 있으며, 이중 10%는 지폐 오염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은 1달러짜리 지폐 80장을 무작위로 수집해 검사한 결과 박테리아, 탄저균, 디프레리아균 등 3,000여가지 세균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관한 국내 연구는 2001년 5월 순천향대학 오계헌 교수가 발표한 ‘통용화폐에 의한 병원성 미생물 감염 조사’에 관한 보고서가 유일하다.
오 교수는 서울 지하철역을 비롯해 충남 천안과 온양 지역의 시장에서 유통되는 1,000원 지폐 50장을 수거해 특정한 세균만 자라는 선택배지에 배양한 결과 인체로 흡입되면 식중독을 불러 일으키는 살모넬라균, 시겔라균, 수도모나스균종(種), 칸디다균종 등 9종의 세균을 검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농협은행 지폐분류실에서 일했던 40대 중반의 여성은 지폐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세균으로 인해 기관지염을 비롯한 호흡기질환으로 오랜기간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면서 “지폐계수기를 다루는 근로자를 비롯해 은행점포를 드나드는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마사회는 지폐계수기 등에 의한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해 서울, 부산·경남, 제주 경마장에 수납본부 환기시설(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마사회는 수납본부에 미세먼지와 세균을 줄일 수 있는 지폐소독기 14대를 시범 설치했다.
농협은행은 79개지점에 지폐소독기 102대를 설치하고, 추가로 74개 지점에 163대를 시범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지폐계수기 설치대수를 살펴보면 농협은행 11,000대 지역농협 27,000대, 수협은행 1,048대, 회원수협(조합) 2,766대,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장(화상경마장) 920대에 달한다.
현재 은행점포와 한국마사회 장외발매장(화상경마장)은 실내공기질 관리법 제3조 1항 21호에 따라 적용대상 시설에 포함되지만, 자가측정이나 의무측정 관리 대상은 아니다.
미세먼지 측정 관리에 대한 정부·지자체의 예산·인력·장비 등이 크게 부족해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폐계수기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은 일선 은행과 한국마사회 등이 스스로 줄여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실내공기질 측정 대상 시설수가 한해동안 1만여개가 늘어나 3만개소에 육박하고 있지만 아직도 적절한 측정기가 형식승인을 얻지 못해서 대상시설중 5%만을 측정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장에서 사용하기 쉬운 측정기가 내년에 형식승인이 나면 보다 많은 시설에 대한 미세먼지 측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측정과 단속을 해야 할 지자체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올해 지하철 공기질관리 예산 77억원을 편성한데 이어 앞으로 에너지세가 환경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세수를 환경개선특별회계로 전입하는 비중을 늘린다면 2020년부터 미세먼지 측정, 관리를 위한 지원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1% 증가한다.
또 초미세먼지가 10㎛/㎥씩 높아질수록 폐암 발생률이 9% 올라간다.
환경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 3월 미세먼지(PM2.5) 환경 기준을 주요 선진국 수준에 맞춰 일평균 50㎍/㎥에서 35㎍/㎥로, 연평균 25㎍/㎥에서 15㎍/㎥로 강화했다.
또한 실내공기질 관리 강화 차원에서 10월18일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하고 2019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산후조리원, 의료기관 등 민감계층이용시설에 대한 미세먼지 유지기준을 현행 100㎍/㎥에서 75㎍/㎥로 강화하고, 초미세먼지는 현행 70㎍/㎥(권고)에서 35㎍/㎥(유지)로 개선한다. 또한 지하역사, 공항, 여객터미널, 영화관, PC방 등 16개 일반시설의 경우 미세먼지 유지기준을 현행 150㎍/㎥에서 100㎍/㎥으로 끌어올리고, 초미세먼지 유지기준 50㎍/㎥를 신설한다.
김 의원은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비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정부·지자체의 인력·예산·장비는 충분하고 신속하게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농협과 수협, 그리고 한국마사회는 근로자와 방문객들을 위해서 자구책을 찾아서 지원과 관리 공백현상을 메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