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침묵"
가장 완벽한 날,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의 진실
[데일리매거진=이상은 기자] 아내의 불륜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세밀하고 세련된 연출로 그려내 센세이션을 일으킨 치정극 <해피엔드>, 서른의 학원강사와 열일곱의 학원생의 사랑 이야기 <사랑니>, 위대한 시인과 제자,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담아낸 <은교>까지, 매 작품 파격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정지우 감독이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강렬한 드라마로 돌아왔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큰 기업을 이끄는 회장이자 재력가, 아름다운 연인에겐 섬세하고 다감한 남자, 하나뿐인 딸에겐 무뚝뚝하면서도 권위 있는 아버지인 임태산. “돈이 곧 진심”이라고 믿고, 때론 오만해 보일 만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임태산이 약혼녀가 살해당하는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영화 <침묵>은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풀어낸다.
▲사진, 영상=영화 '침묵'[출처/CJ엔터테인먼트]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날,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구조 속 사랑과 부성애, 슬픔과 회한, 분노와 참회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이 얽힌 강렬한 드라마로 보는 이를 매료시킨다.
그리고 죽은 약혼녀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 각자의 확신에 찬 변호사와 검사, 사건의 키를 쥔 목격자까지, 임태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극적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특히 <침묵>은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정지우 감독의 말처럼 지워진 7시간에 숨겨진 사실은 무엇인지,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진실에 담긴 진심은 무엇인지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이처럼 <해피엔드> 이후 <사랑니> <모던 보이> <은교> <4등>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세련된 연출로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확립해온 스토리텔러 정지우 감독과 <파이란> <올드보이>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신세계> <명량>에 이르기까지 수식이 필요 없는 배우 최민식이 <침묵>을 통해 18년 만에 의기투합했다.
▲사진, 영상=영화 '침묵'[출처/CJ엔터테인먼트]
세상을 다 가진 남자지만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으로 분한 최민식은 세상이 바라는 모든 것에서 성공을 거둔 남자의 견고함부터 사건의 실체를 마주하는 과정의 미묘한 균열과 흔들림을 디테일하고 치밀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냈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다가도 때론 흔들리는 감정을 깊게 눌러 담고, 때론 눈물을 쏟아내는 최민식은 폭넓은 스펙트럼의 빈틈 없는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여기에 각각의 캐릭터가 어떤 판단,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스토리 전개와 이를 세밀하게 조율하는 정지우 감독의 용의주도한 연출은 <침묵>만의 특별한 재미와 완성도를 담보한다.
18년 만에 의기투합한 서로에 대해 정지우 감독은 “<침묵>은 장르가 최민식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절정에 다다른 한 남자 배우의 순간들을 여러 번 봤다. 짜릿하고 행복했다”, 최민식은 “서로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동료로서 든든함이 느껴졌다.
이러한 스토리텔러가 있다는 게 한국영화계의 큰 자산이다”라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전해 <침묵>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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