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AI에 구제역까지…책임 떠넘기기 바쁜 정부

우태섭 / 기사승인 : 2017-02-09 15: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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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우태섭 기자]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구제역까지 발생해 축산농가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게 생겼다.

충북 보은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올겨울 들어 처음 발생한 데 이어 전북 정읍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 보은과 접해있는 상주와 김천 등 경북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고통받은 축산농가들로서는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다.

구제역은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처음 발생한 뒤 이후 몇 년에 한 번씩 나타나고 있다. 2010년에는 초기 대응 미숙으로 소·돼지 348만마리가 살처분돼 3조원의 피해를 봤다.

현재 당국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존에 국내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다른 유전형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이번 구제역 역학조사 결과 모럴 해저드로 의심받을 만한 정황이 나온 점도 그렇다. 서류상으로는 5개월 전 모든 소들의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돼 있는 한 피해 농가를 상대로 이번에 조사했더니 항체 형성률이 5%에 그치더라는 정부 관계자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대처로 구제역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는 일이다. 이번 AI 사태도 정부가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정부는 구제역 방지를 위해서는 농가들이 백신접종을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 한다며 이번 구제역 확산의 책임을 백신접종을 하지 않은 축산농가 탓으로 돌리고 있다.

구제역 방지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도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농가에 대해 과태료를 현재 500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까지 늘리고 보상금을 감액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이 제때에 구제역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하고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은 채 농가들에게만 책임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축산농민들은 구제역 백신접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 특히 구제역 백신에 대한 불신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축산농가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당국과 농가가 합심해 구제역 확산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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