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사태 심각성 모르나

배정전 / 기사승인 : 2017-02-03 15: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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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국가기관인 검찰을 군사 비밀 유출 할 잠재적 대상으로 여기는 것"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하고 3일 오전 청와대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돌입했으나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 1항을 근거로 기존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청와대가 경내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으면 특검으로선 이를 돌파 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 이는 건국 이래 수사기관이 청와대 경내를 압수수색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청와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지연을 노리고 무더기 증인을 신청하더니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도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위법 소지도 있다. 같은 법 같은 조 2항은 "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검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할 필요와 이유는 충분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거의 모든 범죄행위가 청와대 안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모금을 지시했고, 국무회의 및 수석비서관회의, 인사자료 등 주요 문건이 유출됐다. 또 세월호 7시간 대통령 행적과 관련해 경호실과 의무실 일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 주장대로 이런 곳들이 군사상 비밀 장소인지 의문이기도 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국가기관인 검찰을 마치 군사 비밀을 유출할 잠재적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압수수색을 피하려는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말로만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는 속셈이 역력하다.

가뜩이나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최대한 수사에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꼼수를 부리거나 시늉만 한다는 의심을 사면 더 큰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뿐이라는 것을 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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