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pixabay |
[데일리매거진=최용민 기자] 한국경제의 상징으로 비춰지던 명동 임대료가 한풀 꺾이면서 경제침체의 국면이 상권에도 반영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전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10대 상권 가운데 지난해 서울 명동만 임대료가 하락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경기 침체의 야파가 명동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20일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서울 명동의 연간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862달러로, 1년 전보다 1.5% 하락했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1,166.11원)을 적용해 보면 평당 임대료는 연 3577만원이다. 30평 매장을 빌리려면 1년에 10억7303만원을 내야 하는 초고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비싼 쇼핑거리였던 명동은 지난해 임대료가 나 홀로 하락하며 순위가 9위로 밀려났다.
세계10대 상권거리에서 가장 비싼 상권 1위를 차지한 홍콩 코즈웨이베이는 연간 임대료가 1년 전보다 2.3% 오른 제곱피트당 2745달러였다.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는 작년과 같은 2250달러로 2위, 영국 런던의 뉴 본드 스트리트는 2.3% 오른 1714달러로 3위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울 중구 명동 6길의 경우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임대를 알리는 광고판이 수두룩하게 붙어 있을 정도로 명동 상권이 중심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작년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명동을 들러보면 조금만 중심에서 벗어나도 이런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더구나 무권리 임대 광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권리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은 장사를 서둘러 접어야 할만큼 절박해졌다는 의미다.
한한령 해제 분위기가 올해 분수령
서울 명동은 상권이 어려워지면서 공실률도 올랐다. 명동 중심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임대를 알리는 광고안내가 제법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서울 명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8.9%로 2016년 2분기 11.2% 이후 가장 높았다.
한한령(限韓令)에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2016년과 달리 지난해 1∼11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6.1% 급증했다. 일본인 관광객도 같은 기간 12.1%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었음에도 명동 임대료가 떨어진 배경으로는 국내 소비 부진으로 인한 업황둔화와 온라인으로 옮겨간 쇼핑문화가 꼽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 담보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에 건물주들은 업황 부진에도 공실인 채로 버티곤 한다"며 "공실률이 높아지고 임대료가 떨어졌다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좋지 못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권리금을 받지 않겠다는 곳도 제법 있다. 그만큼 절박하게 걷어치워야 한다는 입장일 것이다.
한편 부동산 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 파동도 여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는 "자영업 업황둔화와 늘어난 온라인 거래에 상업용 부동산 임차수요가 부진하다"며 "지난해 9월 말 상가 공실률은 2009년 3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 부진에 공실률이 전체적으로 계속 오를 경우 금융기관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가 어려워져서 생긴 공실률 증가라 기초 체력이 약해지면 부동산 대출은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 동향을 통해 위기 발생 가능성이 예고됐다"며 "공실률 등이 선행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REITs) 상품이 늘었기 때문에, 향후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부실해질 경우 증권사와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한한령이 확실히 해제되고 중국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