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장병문 기자] 관록의 박철수 감독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신인 김태식 감독이 의기투합해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을 만들었다.
박철수, 김태식 감독이 서로 한 편씩 완성한 중편의 영화가 한 편으로 완성됐다. 옴니버스(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개의 단편을 결합한 것) 형식이 아닌 온전히 한 편의 영화이자 영화적 형식을 깨뜨림으로써 근래 보기 드문 파격적인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도교택시' 등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보였던 김태식 감독이 영화의 처음 '붉은 바캉스'를 그렸다. 바람에 대한 응징을 주제로 한 '붉은 바캉스'는 허를 찌르는 코미디, 잔인함 속에 드러나는 유머가 녹아있다. 특히 성기가 잘리는 끔찍한 장면에서도 웃음코드가 숨어있다.
'붉은 바캉스'는 불륜에 대한 죄값을 다뤘다. 유부남 태묵(조선목)과 희래(안지혜)는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다. 하지만 출발 당일 희래는 무주의 한 펜션으로 와달라는 태묵의 문자를 받는다. 그 문자는 태묵의 아내 복순(이진주)이 남편의 정부인 희래를 잡기 위한 덫이다. 복순은 남편과 그의 애인을 향해 분노를 뿜어낸다.
박철수 감독의 '검은 웨딩'은 교수와 젊은 제자와의 은밀한 사랑을 발칙하고 독특하게 그렸다. '인간은 늘 불안을 껴안고 살고 있다'는 명제를 전제한 '검은 웨딩'은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컬러와 흑백의 교차가 이루어지는 독특한 스타일과 파격적인 결말을 통해 영화 형식을 탈피하는 시도를 했다.
'검은 웨딩'은 집착이 주된 코드다. 이혼한 교수(조선묵)와 남자친구가 있는 여제자 수지(오인혜)가 벌이는 연예 행각을 담았다. 교수는 수지가 사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도 집착을 하며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한다. 또 수지가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교수는 제자를 놓아주지 않는다.
두 영화는 불륜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남성의 불온한 욕망이 가득차 있다. 희래와 수지는 남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섹스 파트너로 전략하고 만다. 두 편의 영화에서 여배우들의 비너스 같은 아름다운 육체만 보여질 뿐 정신적 교감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다.
저예산 예술영화인 만큼 함축적인 의미들도 숨어있지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박철수 감독은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이라며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했다.
<사진=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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