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한나라당이 22일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점거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날치기로 강행처리했다. 한·미 FTA는 단순한 통상협정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바로 우리 경제와 앞날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조약이며 방대한 분량의 법률이다. 이런 중대한 비준안을 한나라당은 특수전을 방불케할 정도로 주도면밀하게 야당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한 채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다.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처리는 이명박 정권 들어 다섯번째다. 다시말해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오만과 독선에 가득찬 정권이며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 이런 행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0·26 재보선 등에서 확인된 '안철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고도 국민의 염증과 분노를 등안시 한 채 또다시 과거의 폐악을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한나라당은 이날 새해 예산안을 심의하기 위해 의원총회를 여는 척하다 갑작스럽게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심지어 본회의장 방청석을 봉쇄하고 보도진의 접근조차 막았다. 무엇이 부끄럽길래, 무엇이 떳떳하지 못하길래 국민들의 눈과 귀를 틀어 막는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참으로 역겨운 처사다.
특히, 이 대통령과 황우여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논의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를 바탕으로 여당 협상파는 한·미 장관급 회담에서 이 문제를 재론한다는 방침을 서면으로 합의한다면 야당이 어떻게 할 것인지 되묻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11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이 같은 의사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결국 연막작전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어떻게 이러고도 한나라당은 국민적 신뢰 회복과 쇄신을 언급할 수 있겠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협정의 졸속 처리에 따른 후폭풍이다. 자동차산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대미 수출 여건 개선을 이유로 환영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공공서비스 위축과 양극화는 한·미 FTA로 더욱 심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협정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독소조항들은 서민생계를 졸라 메는 목줄로 서민경제를 파탄내고 정부의 정책 자율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특히 한·미 FTA는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2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 국회가 날치기로 한·미 FTA를 날치기 처리한 것에 비해 미국 의회의 행동은 너무나도 국익을 위한 것이어서 대조된다. 미국 의회는 지난 4년 반 동안 협상안을 치밀하게 점검해 두 차례 재협상을 이끌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 내용을 고쳤다.
또 협정 이행법률안에는 협정보다 자국 법령이 우선한다는 점을 못박아, 사법주권을 철저히 지켜냈다. 반면 우리 국회는 피해 대책은 커녕 번역문 오류 조차 제대로 검열하지 못하는 등 무능의 소치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법적 구속력도 없는 협정 발효 시점에 매몰돼 득달같이 밀어붙이는 작태를 보며 '과연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녕 한나라당은 국민이 두렵지 않은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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