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MB의 '신의 한수'와 野의 부화뇌동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11-16 13:5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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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방문 통해 FTA 비준안 처리 방향 선회 'MB의 정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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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그 어느 언론플레이보다 절묘한 '신의 한수'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의 물꼬를 텄다. 이 대통령은 15일 국회를 방문해 한·미 FTA를 비준하면 발효 후 3개월 내에 최대 쟁점 중에 하나인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 재협상을 미국 측에 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가 권유하면'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이에 '어떻게 보장하느냐'는 야당의 비판이 거세자 "미국 정부가 응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국회 방문을 통해 그동안의 판을 갈아 엎는 전혀 새로운 제안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은 여당이 주장하던 '선(先) 비준 후(後) 재협상'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대통령이 재차 확인하는 선에 그쳐 실망스럽다.

특히 이 대통령이 제안한 '발효 후 ISD 재협상 타진'은 얼마 전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양당은 당시 '협정 발효 뒤 3개월 안에 한·미 정부가 서비스·투자위원회를 구성해 이 제도의 유지 여부를 협의하고 그 결과를 1년 안에 국회에 보고한다'고 합의했다. 당시 민주당의 반발로 이 합의안은 좌초됐다.

역사에 가정이란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만약 우여곡절 끝에 한·미 FTA가 우리 국회를 통과해 비준되더라도 ISD 재협상이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심스럽다. 이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사이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한·미 FTA가 발효되면 양국이 설립하기로 합의한 서비스·투자자위원회에서 ISD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FTA 체결 후 제기되는 어떤 이슈도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조속한 비준을 주문했다.

또 미국 정부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가 최근 서한 교환을 통해 한·미 FTA 서비스투자위원회를 설립하고 이 위원회를 통해 ISD를 포함한 서비스 투자 분야의 어떤 구체적 현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재협상은 의회가 권유하면 정부가 응하도록 돼 있다. 더욱이 협정 체결은 물론 수정도 미국 정부가 아닌 미국 의회의 승인 사항이다. 미국 자본과 기업들이 미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전을 펼친다면 미국 정부의 약속과 다른 결말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으로 여당 내 강행처리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야당 역시 협상파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일순간에 난항을 거듭하던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흐름이 바뀐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국회 방문을 통해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과 동시에 FTA를 향한 대통령의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동시에 FTA에 반대하는 야당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지켜보며 이 대통령의 '신의 한수'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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