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장병문 기자] '프로는 돈에 움직인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은 연봉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 받는다. 연봉 협상은 자신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한 만큼 구단과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한다. 프렌차이즈 스타임을 떠나 자신을 인정해 주는 곳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쟁쟁한 거물급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구단들도 닫혀있던 지갑을 열고 베팅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총재 구본능)는 2012년도 자유계약선수(FA)로 공시된 28명 중 FA 권리행사를 신청한 17명의 선수를 9일 공시했다. 2012년 FA 신청선수는 진갑용, 신명철, 강봉규(이상 삼성), 이승호(20번), 이승호(37번), 정대현(이상 SK), 임경완, 이대호, 조성환(이상 롯데), 김동주, 정재훈, 임재철(이상 두산), 조인성, 송신영, 이상열, 이택근(이상 LG), 신경현(한화) 등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이대호다.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이어 올해에도 3관왕(타율 0.357, 최다안타 176개, 출루율 0.433) 오르면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에게 얼마의 몸값을 안겨줄까?
이대호가 롯데에 잔류한다면 심정수(전 삼성)가 기준이 된다. 심정수는 2004년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4년간 옵션을 포함해 6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실질적으로 50억원 정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호는 심정수의 4년 60억원을 깰 것이 확실하다.
롯데는 무조건 이대호를 잡겠다고 선언했다.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심정수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구단들의 러브콜이다. 이미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가 이대호에게 2년간 5억엔(약 75억원)을 베팅하겠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을 4년으로 환산한다면 150억원에 달한다.
롯데가 오릭스와 경쟁하기엔 무리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롯데가 '60억+@'로 베팅한다고해도 오릭스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해외구단들과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면 이대호가 현해탄을 건널 가능성이 크다.
프렌차이즈 스타이기도 한 이대호는 롯데에 정이 많다. 그 동안 "롯데에서 꼭 우승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 온 이대호는 "자존심을 세워준다면 잔류하겠다"라며 구단의 제시액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의 자존심을 세워줄 '@'의 수준에 따라 이대호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이대호 만큼이나 최대어로 꼽히는 선수는 조인성이다. FA 신청일 마감까지 고심하면서 구단에 신청서를 제출한 조인성은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평가 받기 원하고 있다. 조인성은 2007년 FA자격을 얻어 3+1년 34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올 시즌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0.267, 15홈런과 59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보다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포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목할만한 기록이다. 여기에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체력도 좋다. 조인성은 "풀타임 출장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LG 역시 조인성을 잔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단 조건을 달았다. 터무니 없는 액수를 제시한다면 놓아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순길 단장은 "시장에서 보는 수준으로 제시하겠다"며 "성적과 시장 평가를 고려해 합당한 금액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인성의 올해 연봉은 5억원이다.
투수에서는 정대현이 눈길을 끈다. 정대현은 마무리 투수 보직으로 올 시즌을 시작했으나 선발진의 붕괴가 불펜에 영향을 미치면서 중간과 마무리를 오가며 많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흐트러짐 없이 3년 연속 1점대 평균자책점(1.48)을 기록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FA 자격을 얻은 정대현은 해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무대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보이며 가치를 끌어올렸다. 정대현은 에이전트를 선임하고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해외 진출을 노리면서도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 가족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맞는 대가를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일본 등의 구단에서도 주위 깊에 정대현을 살펴보고 있지만 "헐값에 진출하지 않겠다"며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올 시즌 정대현의 연봉은 2억6000만원으로 국내 타구단이 잡을 경우 보상금 5억2000만원과 보상 선수 1명 또는 보상금 7억8000만원의 SK에 내줘야 한다.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영입하는 조건으로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구단들도 정대현 영입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FA로 승인된 선수는 10일부터 열흘 이내인 19일까지 전 소속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계약에 실패하면 20일부터 12월9일까지 전 소속구단을 제외한 다른 구단과 접촉할 수 있다. 그때까지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12월10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 모든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여기서도 계약하지 못하면 1년을 쉬어야 한다.
여느 때보다 뜨거울 FA시장에서 어떤 선수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을 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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