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소버린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찰 수사는 SK의 내년 사업계획 수립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각종 신사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0일로 예정된 하이닉스반도체 입찰 참여 여부가 변수로 떠올랐다. SK는 그동안 하이닉스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여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 이후 그룹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SK 관계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꼬였다”면서 “하이닉스 입찰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에 불참할지 여부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어서 수뇌부에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9일 중으로는 뭔가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SK의 하이닉스 입찰 참여 여부는 검찰의 수사 강도와 직결돼 있다. 최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불참도 예상된다. 하이닉스는 2번의 유찰 끝에 SK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했지만 검찰 수사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최 회장은 프랑스 칸에서 열린 비즈니스20(B2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가 스페인을 거쳐 이날 오후 귀국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은 스페인에서 현지 업체와 윤활기유 합작공장 설립 문제를 협의한 뒤 현지 사업장을 둘러봤다”면서 “8일 오후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SK그룹 본사는 이날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SK의 한 직원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이번 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의 혐의를 부인한 채 “경영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계열사들의 회사 돈을 유용한 사실은 없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의혹이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의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 주변에서 최 회장을 둘러싸고 숱한 소문이 나돌았지만 대부분 사실과 다른 내용이었다”면서 “그러나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검찰 수사는 2003년 이후 두 번째다. 최 회장과 손길승 전 회장을 비롯한 그룹 경영진이 분식회계의 책임을 지고 구속 수감됐다.
SK그룹은 연이은 악재로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SK는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과 청와대 술접대 사실이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부회장도 회사 돈 유용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그룹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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