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소금사막 (김영희 지음·알마 펴냄)
MBC TV ‘나는 가수다’를 3회까지 연출하고 손을 떼게 된 김영희(51) PD는 모든 것을 놓고 연수라는 명목으로 홀연히 남미로 떠났다. 60일 간 이틀에 한 번꼴로 비행기를 탔다. 펜 한자루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여행했다. 흐르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그냥 어디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거의 매일 짐을 풀고 싸며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31개국을 다닌 김 PD는 가볼만한 곳을 소개하기보다 자신만의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감상적으로 풀었다.
책 전반에는 오래 산다는 것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짙게 배어 있다. 쿠바 아바나에서는 벤츠, 크라이슬러, 재규어 등의 클래식 카를 보며 “문득 세월이 만들어낸 것들이 참 위대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구상 단 한마리 남아 있다는 거북 ‘자이언트 터틀-론섬 조지’를 보고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생각은 사랑, 인생으로 나아가고 한 번쯤은 굴곡이 있는 인생, 한 40년쯤 된 사랑이 멋지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데까지 도달한다. 그러나 한편에는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언저리에 깔려 있다.
이 여행을 떠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이자 최근 겪은 가장 굴곡진 경험인 ‘나는 가수다’ 얘기가 빠질 수 없다. ‘나는 가수다’를 구상한 이유와 첫 번째 녹화, 첫 번째 가수인 이소라가 부른 ‘바람이 분다’의 첫 번째 소절을 들었던 기억과 첫 번째 탈락자를 발표하는 순간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김 PD는 “순위가 발표되자 당황하는 김건모의 얼굴과 모든 출연자들의 얼굴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처음 당해보는 서바이벌이라는 냉혹함에 당황하기는 자신도 마찬가지였다”고 회상한다.
학창시절 미대에 진학하라는 얘기까지 들었다는 김 PD의 그림 실력과 ‘나는 가수다’ 창립 멤버들의 추천사도 덤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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