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여권 갈등·혼선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11-01 09:54:59
  • -
  • +
  • 인쇄

여권갈등.jpg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탈 MB(이명박 대통령)’와 ‘박근혜 역할론’. 여권의 민감한 두 뇌관이 31일 수면 위로 돌출했다. 청와대를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라는 요구가 제기된 것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참패 후 당 진로를 놓고 커져가는 여권의 혼선과 갈등을 보여준다.

당내에선 ‘이명박 대통령 때리기’가 노골화됐다. 원희룡 최고위원(47)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열심히 일은 하고 있겠지만 민생 문제에 여러 소홀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화자찬, 국민의 개혁의 요구에는 마치 딴 사람 이야기인 것처럼 해서 일부 시중에선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을 듣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방적이고 국민을 가르치려는 태도,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예스맨 행태만 부각되는 모습 때문에 국민이 절망하고 민심이 이반된다”며 “청와대가 개혁 요구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54)도 SBS 라디오에 출연해 “대통령 자신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명박산성’을 고안한 어청수 전 경찰청장(56)을 청와대 경호처장에 내정한 사실을 두고, “(어 전 청장은) 임기 도중에 경질됐다. 문책받은 사람을 다시 쓰면 지난번 문책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인사문제에 있어 대통령이 문제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고, 앞으로 그렇게 안 해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탈당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정 의원)라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당내에선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작금의 대통령 때리기를 탈당을 요구하기 위한 ‘명분쌓기’ ‘이별가’로 보는 시각이 섞이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과 역할론도 당내에서 쟁점화하고 있다. 정몽준 전 대표(60)는 CBS 라디오에 나와 “ ‘공천혁명’을 하려면 강력한 지도부, 책임을 질 수 있는 힘 있는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힘이 많이 있으니까 힘 있는 분들이 전부 나와 (지도부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나섰다가 앞으로 사태를 책임질까봐 안 한다는 것도 조금 무책임하다”고 했다.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몸조심해온 것은 사실인데 이제 부자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며 “지난 선거들을 보면 항상 다수파가 이길 것 같지만 소수파가 이긴다. 다수파는 가진 게 많아서 잃는 걸 걱정하다가 아무것도 못하지만 소수파들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모색한다”고 했다. 그는 “다수파는 항상 현상 유지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가 자기가 가진 것을 버려야 한다. 박 전 대표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53)은 “지금 특별하게 할 말은 없다”고 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10·26 재·보선 지원유세에 나섰고, 1일 ‘한국형 고용복지 모형’을 주제로 한 정책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실상 정치활동을 재개한 만큼 당 혼란 상황을 관망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친박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대통령 임기 5년 중 4년은 지켜본다’는 입장이었다. 그 만기는 채워진 것 아니냐”고 했다. 이 대통령과의 정책 차별화로 대선 보폭을 키워갈 것이라는 뜻이지만, 당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엔 회의적 시각이 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