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2'의 심사위원인 가수 이선희(47)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했다.
9월30일 '위대한 탄생2' 서울 지역예선에는 뿔테안경을 쓴 이환희가 기타를 들고 등장, 자작 랩과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을 열창했다.
노래를 듣고 난 윤상(43)은 "끼만 보여줬지 태도 부분에서는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불합격시켰다. 이승환(46)은 "끼와 열정이 보인다"며 합격점을 줬다.
1대 1의 상황, 이선희는 "열정만으로 합격을 주기에는 (실력이) 부족하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자 이환희는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1년이 됐다. 다음에 더 많이 준비해오겠다"고 호소했다. 이선희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알겠습니다"라며 합격으로 돌았다.
이승환은 "이선희 선배님 귀 얇아요", 윤상은 "증명되고 있다. 설득당할 수 있는 캐릭터"라며 상황을 즐겼다.
'신촌블루스'의 '골목길'을 부른 한예슬도 마찬가지였다. 윤상은 "자기세계에 빠져있다"는 이유로 불합격, 이승환은 "집중력을 가진 것 같다"며 합격, 다시 1대 1 상황이 됐다.
이선희는 "노래하는 느낌이 죄송하게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예슬은 "다음에 정말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청했고 이선희는 "이번 한번 합격시켜도 그 안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다독였다. 그러나 한예슬이 끈질기게 설득하자 이선희는 "이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하면서도 두눈을 질끈 감고 합격 버튼을 눌렀다.
"이선희 선배님은 정말 귀 얇고 팔 싼 것 같다"는 이승환의 농담이 뒤따랐다.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 실력으로 평가받는 공명정대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애이유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심사위원별 기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심사의 생명은 엄격한 원칙 준수다.
프로그램 제작진이 지나치게 멘토의 캐릭터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탓에 빚어진 안일함이다. 첫 방송에서 워낙 귀가 얇아 걱정이다고 말하는 영상을 오버랩하면서까지 인정에 끌리는 캐릭터로 이선희를 부각시켰다.
스페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시인과 촌장'의 기타리스트 함춘호(50)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심을 잃지 않는 채 따뜻한 격려와 조언으로 용기를 주고, 잘못된 습관은 따끔하게 충고하는 냉철함이 시청자들이 바라는 멘토상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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