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다른 '한류 K팝 스타'와는 달랐다. K팝 가수라면 으레 떠오를 화려한 안무와 퍼포먼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뮤지션'들이 직접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공연장을 수놓았다.
보이밴드 '씨엔블루(CNBLUE)'가 25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펼친 '씨엔블루 2nd 앨범 릴리스 라이브~392~'는 씨엔블루의 음악적 역량을 새삼 확인한 공연이었다.
국내에서 아이돌 그룹 중 하나라는 편견에 휩싸여 있는 씨엔블루는 1만5000여명이 운집한 이날 공연에서 약 20곡이 넘는 노래들을 직접 악기로 연주하며 자신들이 밴드임을 과시했다.
무대는 요코하마 아레나 한가운데 마련됐다. 사방이 노출돼 공연 내내 멤버들이 숨을 곳이 없고 무대 뒤로 들어갈 수도, 암전도 거의 없었다. 무대 위 뮤지션의 실력이 오롯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가수들에게는 불리한 공간이었다.
씨엔블루는 이런 핸디캡에 과감히 맞섰다. 오히려 사방이 전면이 되는 턴테이블 무대의 장점을 적극 수용했다. 자칫 무대 측면에서는 볼 수 없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 악기 연주를 많은 팬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었다.
'외톨이야'와 '직감' 등 기존 국내 히트곡은 그루브가 넘쳤고 '더 웨이 파트3~이클립스~'와 '돈트 세이 굿바이', '와이, 와이(Y, WHY)' 등 록발라드를 들려줄 때는 짙은 감수성을 뽐냈다.
지난 1일 발매 당일 오리콘 일간 앨범차트 3위를 차지한 현지 두 번째 앨범 '392' 수록곡 '트라이 어겐, 스마일 어겐'과 '맨 인 프론트 오브 더 미러' 등을 들려줄 때는 여유로웠다.
앙코르곡 중 '사랑빛(愛光)'은 펑크록으로 변주, '록스타'다운 화룡점정의 무대를 선보였다. 10월19일 발표하는 현지 첫 메이저 앨범 타이틀곡이자 정용화가 작곡한 '인 마이 헤드(In My Head)'의 1절을 '깜짝 선물'로 공개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이날 정용화(22·리드보컬·기타)와 이종현(21·보컬·기타)은 능숙한 일본어로 노련하게 공연과 토크 무대를 이끌어갔다. 특히, 종현은 그간 국내에서는 노출하지 않았던 유들유들함을 마음껏 과시하며 기타 실력도 새삼 뽐냈다. 이정신(20·베이스)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그대로 발휘했으며 막내 강민혁(20·드럼)의 귀여움은 현지에서도 여전했다.
팬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중앙 무대에서 네 명의 멤버가 사각형 공연장의 각 꼭지점으로 뻗어 있는 통로로 입·퇴장하고, 앙코르에 등장할 때 팬들이 내미는 손에 막혀 드나드는 시간이 지체될 정도였다.
공연을 찾은 팬들의 95%이상은 여자였다. 공연 직전 여자 화장실은 긴 줄이 늘어서 각자 10여분 정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표가 매진돼 암표를 구했다는 요코하마에 사는 스즈키 아키코(32)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를 본 뒤 정용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가 속한 씨엔블루를 좋아하게 됐다"며 "외모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악기 연주도 잘하는 실력 있는 밴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을 오가며 활약 중인 프리랜서 연예저널리스트 기코시 유(30)는 "방송에서 씨엔블루를 제일 기대하는 K팝 뮤지션으로 언급한 적이 있다"며 "씨엔블루처럼 외모가 뛰어나면서 밴드 음악을 하는 팀이 일본 내에 없기 때문에 성공하리라 본다"고 기대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씨엔블루 멤버들은 "많은 팬들이 와줘서 정말 감사하다"며 "메이저 데뷔 앨범이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씨엔블루의 매니지먼트사 FNC뮤직의 한성호(38) 대표는 "씨엔블루에 대한 현지 팬들의 반응에 고무됐다"며 "아이돌 그룹뿐만 아니라 밴드도 일본에서 한류 팝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씨엔블루는 일본에서 메이저 앨범 발매 뒤 각 지역마다 위치한 공연장 이름을 딴 '제프 투어'를 센다이와 나고야, 오사카, 도쿄 등을 돌며 벌이는 등 프로모션에 주력할 계획이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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