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런 野神의 퇴장…잘 나가던 SK 충격파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08-29 11: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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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野神)’이 또 다시 야인이 됐다. 약 5년간 SK 와이번스를 이끌며 ‘왕조’를 구축했던 김성근(69) 전 감독은 8월17일 스스로 “올 시즌이 끝나고 SK를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튿날 경질됐다. 좀처럼 소신을 굽히지 않는 대쪽 같은 고집이 김 전 감독에게 그의 인생 12번째 해고 통보를 안겼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성적 탓은 아니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SK는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7년과 2008년, 지난해에는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올해 SK는 이전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2,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결국 그와 구단과의 마찰이 원인이었다. 후폭풍은 거세다. 코치진은 대거 사퇴를 표명했고, SK 팬들은 ‘분노의 폭동’을 벌였다. 쓸쓸한 야신의 뒷모습에 남은 씁쓸함이 더 심해진 이유다.

◇사퇴선언-경질, 대체 왜?

17일 문학구장을 찾은 취재진은 김 전 감독의 폭탄선언을 들었다. 김 전 감독은 “올 시즌까지만 하고 SK 감독직을 그만두겠다. 시즌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선수들과 구단, 팬들에게 올 시즌은 마무리하고 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시리즈, 아시아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올해가 SK와 계약 마지막 해였던 김 전 감독과 SK의 재계약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즌 도중 감독이 먼저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김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구단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재계약 이야기가 오가면서 불편한 점이 있었느냐’는 말에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다. 지저분하게 놀고 싶지 않았다. 내 시스템에 대한 비난도 나를 힘들게 한 요인”이라고 말한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유는 여러 가지로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발표 전날 김 전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단 측에서 한 야구 후배의 이름을 꺼내면서 ‘(재계약하려면)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야구 후배는 김 전 감독이 SK와 3년 재계약을 했던 2008년부터 후임으로 거론되던 이만수(53) 감독대행이었다. 또 그는 “구단 고위층이 ‘우승해도 기쁘지가 않다’ ‘깨끗한 야구를 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단 이미지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김 전 감독은 재계약에 대해 구단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에 서운한 감정을 종종 내비쳤다. “김광현은 앞으로 누가 지도하지”라고 말하기도 했고, “다음에 올 감독이 알아서 하겠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이라며 씁쓸히 웃기도 했다. 김 전 감독은 올 시즌 들어 전력 보강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 구단에 불만을 드러내왔던 터였다.

그가 사퇴를 선언한 것은 17일 오후 5시께. 불과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다음날 오후 2시 SK 구단은 김 전 감독을 진퇴시키고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SK 신영철 사장은 “17일 오전 사퇴를 하시겠다며 사표를 내셨는데 ‘받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고 답하며 만류했다. 그러나 그런 발표를 하셔서 갑작스러웠다”며 “조직 안정화 때문에 빨리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경질 이후 김 전 감독은 “서운한 것은 없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며 “선수들이 걱정이다”는 말을 남겼다.

◇야신 떠난 자리에 남은 거센 ‘후폭풍’

어느 때보다 거센 ‘후폭풍’이다. 코치진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김성근 사단’인 이홍범 1군 수석코치, 박상열 2군 투수코치가 사퇴했다. 타시로 토미오 1군 타격코치, 후쿠하라 미네오 2군 수비코치, 고바야시 신야 2군 타격코치 등 일본인 코치들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광길 2군 주루 겸 수비코치는 사퇴 의사를 전했다가 8월23일 이를 철회했다.

팬들의 격렬한 항의도 이어졌다. 김 전 감독이 경질된 18일 문학구장은 ‘통제불능’ 상태였다. 경기장 곳곳에 김 전 감독을 감싸는 내용과 구단을 비난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경기 내내 ‘김성근’을 연호하는가 하면 경기 도중 세 차례나 관중 난입 소동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오물도 날아들었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난장판이 됐다. 불이 꺼졌음에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던 관중들은 그물이 낮은 곳을 통해 대거 그라운드에 뛰어들었다.

마운드로 모여든 몇몇 이들은 마운드 뒤에 서서 항의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펼쳐들었다. 한 사람이 유니폼을 찢어 태우기 시작했고, 여러 사람이 동참하면서 불길이 커져 결국 소방대원이 출동했다. 어떤 사람은 덕아웃에서 공을 꺼내 뿌렸다. 운동장을 정리할 때 쓰는 카트를 끌고 그라운드를 돌아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40여 분간 난동이 이어졌다. SK 팬들은 23일 홈경기에서도 현수막을 들고 국화를 그라운드에 던지는 등 계속해서 항의의 뜻을 표현했다.

◇이만수 감독대행 ‘팀 안정-우승’ 두 가지 부담

신영철 사장은 김 전 감독의 경질에 대한 구단의 입장을 밝히면서 “빨리 팀을 추스르겠다. 1위와의 격차도 좁히지 못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 구단이 팀 안정화와 더불어 우승까지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바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감독대행은 선임 당시 “어려운 상황이다. 감독님이 많은 업적을 남기셨는데 감독님 뒤를 이어서 한다는 것이 부담이 많이 된다. 나도 김성근 감독님만큼 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SK가 최고 명문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힘겨운 상황이다. 김 전 감독이 떠난 18일부터 23일까지 SK는 1승3패를 기록했다. 승패를 떠나 내용이 좋지 못했다. 투타 모두 부진에 빠진 모습이 역력했다. 18일 삼성에 0-2로 패했던 SK는 21일 사직 롯데전과 23일 문학 두산전에서 대패했다. 타선은 21일 2안타를 치는데 그쳤고, 23일에는 찬스 상황마다 나온 병살타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21일, 23일 SK 마운드는 각각 9점, 8점을 허용했다. 이 감독대행은 “전반적으로 팀이 침체되어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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