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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
도박 범죄자나 조세포탈 범죄자들의 은신처를 급습하고 나면 반드시 나타나는 것이 있다. 바로 수북히 쌓인 5만원권 돈 다발이다.
5만원 권이 귀해지고 있다. ATM을 가 보면 서너 대 기계 중에 하나 꼴로 5만원 권 없음이라고 표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사실은 국회 대정부 질문 중에 드러났다.
다른 선진국의 최고 액면가 화폐들과 비교해 유난히 환수율(화폐 발행액 대비 환수액 비율)이 낮은 것으로, 음성 거래를 위한 5만원권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국세청도 이런 지적에 "수상한 현금거래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광재 의원이 2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5만원권 발행 및 환수 현황'에 따르면 2009년 5만원권 도입부터 올해 7월까지 누적 발행액은 모두 227조9801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발행 후 유통되어 한은 금고로 돌아온 환수액은 112조423억원(49.1%)에 불과하다. 나머지 115조9378억원(50.9%)은 가계·기업·금융기관 등에서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화폐발행 잔액'으로 집계된다.
올해 들어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올 7월까지 환수율은 31.1%(환수 4조7602억원/발행 15조3036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어, 2014년(연간 환수율 25.8%)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5년 같은 기간(1∼7월)과 비교해 올해 발행액은 최대인 반면, 환수액은 최소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대략 3억600만장의 5만원권 가운데 무려 2억1100만장이 시중에 풀리지 않은 셈이다.
5만원권 상대적 비축 간편…음성 거래에 사용될 우려도
이처럼 시중에서 5만원권이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특히 코로나19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예비' 자금으로서 5만원권을 쌓아놓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다만 이광재 의원은 해당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부동산 다운계약 등 음성적 거래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를 고려했을 때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이 단순히 현금보유 성향의 증가 때문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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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
이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지난달 31일 이 의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만원권의 낮은 환수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이때 김대지 국세청장도 "고액화폐 수요 증가 원인은 저금리 기조도 있지만, 탈세의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분석에 동감을 표하기도 했다. 김 청장은 "금융정보분석원의 여러 분석 자료, 현금 영수증 등의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금융계 전문가들은 5만원권이 단순히 악용되는 것보다는 지폐 발행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하고 있다.
일부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이 발행되면서 은행권 제조에 들어가는 비용이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간 600억원 내외의 비용을 절감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이처럼 경제적인 측면에서 5만권 발행이 효율적인 선택이라 할 수도 있으나, 시중에 풀린 현금이 불과 절반도 환수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비용 절감 효과가 사라진다고 봐야 하며 돈을 더 찍어야 하는 불편함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어 고액권 발행을 둘러싼 당국의 대응 등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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