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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축구장을 찾은 응원단과 팬들이 카드로 태극기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제공/연합뉴스-DB] |
광복은 단지 일제가 물러간 날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다짐의 날이었다. 그러나 해방 후 80년이 지난 오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그 다짐은 무색하다. 여야 모두 광복절 경축사를 민족과 국가를 위한 화합의 장이 아니라, 상대를 몰아세우는 무대로 썼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는 것”이라 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이 만드는 나라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을 최고의 성취로 여기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데서 정치적 이익을 찾는다.
안중근 의사는 “한 집안이 화목하면 천하가 다스려진다”고 했다. 정치는 한 나라의 집안일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은 집안을 돌보기보다, 불을 지르는 데 열중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쟁보다 민생, 진영보다 국가, 말보다 행동이다.
80년 전 우리는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며 ‘다시는 빼앗기지 않겠다’ 다짐했다. 지금 우리는 그 다짐을 지키고 있는가. 주권은 단지 국경과 국기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것이다. 청년 실업, 주거 불안, 고령화, 안보 위기 속에서 정치가 보여주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뿐이다.
윤동주 시인은 해방을 기다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소망했다. 정치권이 국민 앞에서 그 시인의 기도를 되새길 수 있는가. 국민을 표로만 계산하고, 표로 환산되지 않는 고통에는 눈을 감는 정치가 과연 부끄럼 없는가.
광복 80주년은 축하와 자랑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날이다. 그것은 경고의 날이기도 하다.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광복의 빛도 서서히 바래간다. 권력을 향한 끝없는 투쟁 대신, 국민을 향한 끝없는 책임이 정치의 자리를 되찾아야 한다.
광복은 ‘빛을 되찾음’이다. 이제 정치가 그 빛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광복 100주년을 맞는 날, 우리 후손이 오늘의 정치인들을 부끄러움 없이 기억하게 하려면,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 국민을 버린 정치의 광복은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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