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의 노무현 신화’는 가능할 것인가?

안종기 박사 기자 / 기사승인 : 2021-08-10 0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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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교체를 벼르는 야권과의 대결에서 승리가 만만치 않겠다는 세평
- 대통령 당선은 후보자의 선거전략이 어느 특정한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정신과 시대의 욕망에 부합하느냐에 달렸다.
▲사진=안종기 (세한대 명예교수, 문학박사)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들 중 이재명-이낙연의 공방전이 선을 넘은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그들을 지켜보면 어부지리(漁父之利)라는 고사를 떠올리게 한다.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제 3자가 쉽게 이익을 취한다’ 는 뜻으로 춘추전국시대 이후 분쟁과 갈등이 있는 곳이면 등장하는 문구이다.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날선 공방은 ‘기본소득’ ‘적통·서자론’, '백제발언', ‘배신자’, ‘무능’ ‘탄핵찬성여부’ ‘음주운전’ ‘투샷 사진 폭로전’ 등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합동토론회에 앞서 지도부가 ‘원팀’으로 한데 힘을 합쳐 서로를 흠집내기 보다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력을 높이자고 요청도 했지만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혈전을 보고 있다. 필자가 초대되어진 카톡방들에서도 지지자들의 찬반토론이 하루에 수백건씩 올라온다. 카톡방장들은 초대 허락여부도 묻지 않고 수백명, 수천명을 방안에 모아놓다 보니 내편 네편들이 후보 지지를 놓고 밤늦게까지 설전을 벌인다. 중간지대 사람들은 제발 잠 좀 자자고 하소연까지 한다. 두 사람 중 누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든지 간에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할 경우 그만큼 후유증도 커서, 정권교체를 벼르는 야권과의 대결에서 승리가 만만치 않겠다는 세평이다.

 

   두 후보의 갈수록 심해지는 네가티브전을 보노라니, 미국 16대 대통령 공화당 후보 지명전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스워드(Seward)와 링컨(Lincoln)이 떠오른다. 스워드는 링컨보다 훨씬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었다. 약관에 뉴욕 주지사와 연방 상원 의원에 각각 두 번이나 당선되었으며 젊은 변호사 시절부터 흑인 인권보호에도 적극적이었다. 어느 모로 보나 지명도에서 앞서 있던 스워드에게 중서부 변방 출신의 링컨이 도전했다. 예상을 뒤엎고 스워드는 링컨에게 역전패했다. 패배한 스워드는 미국 전역을 돌며 경쟁 상대였던 링컨 지원 유세에 열성적으로 나섰고, 대통령에 당선된 링컨은 그에게 국무장관 자리를 맡기었다. 링컨이 미국인에게 위대한 것은 두 동간난 나라를 통일했기 때문이며, 스워드가 대단한 것은 미국의 장래를 내다보며 국가의 외연을 넓혔기 때문이다. 스워드는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 매입을 주도하면서 당시에 ’스워드의 우행(愚行)’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오늘날 미국은 알래스카를 근거지로 거대한 태평양을 내해처럼 사용하며 팍스 아메리카의 세계전략을 펼쳐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링컨의 포용과 스워드와의 협치는 빛나고 있다. 이런 위대한 리더쉽과 파트너쉽을 우리도 보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링컨 대통령처럼 드라마틱하게 대통령 경선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된 좋은 사례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2002년 3월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직전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 정도에 불과했고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은 무려 46.5%였다. 초반 지지율에서 볼 수 있듯이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이인제 대세론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002년 3월 9일 첫 경선 지역이었던 제주도 표결 결과 한화갑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꺾고 1위를 차지해 이변을 일으켰다. 이어 울산에서 노무현 후보가 1위를 차지하더니 광주에서 모든 예상을 깨뜨리고 또 다시 1위를 거머쥐면서 선거 판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광주 경선의 돌풍이 ‘노풍’으로 급변했고,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와의 피 말리는 접전 끝에 당선되었다. 노무현이 보유한 시대정신과 돌파력의 결과였다. 우리는 이를 ‘노무현 신화’라 칭한다.

 

   ​대통령 당선은 후보자의 선거전략이 어느 특정한 시대를 지배하는 시대정신과 시대의 욕망에 부합하느냐에 달렸다. 후보자들이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헤겔을 위시한 독일 관념 철학자들은 시대정신(Zeitgeist)이란 동시대 사람들 대다수의 염원이 투영된, 그리하여 한 시대를 견인해가는 보편적 정신 체계라고 정의한다.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은 그 시대의 화두로 등장해 문제들을 극복해왔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는 산업화 시대, 1987년 이후는 민주화 시대이었다. 민주화 이후 2007년 대선은 선진화, 2012년 대선은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이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내세운 시대정신의 키워드는 공정과 정의였다. 요즈음 세상 사람들이 온통 공정을 입에 올리고 있다. 불공정이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는 증거다. 부동산문제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다. 4차산업 도래로의 과학기술 변동과 인구절벽에의 적극적 대응, 새로운 성장과 공정한 분배의 선순환을 통한 불평등 해소방안도 있다. 물론 코로나사태 회복방안도 포함될 것이다. 대선은 정당에서는 정권 획득이겠으나 유권자에게는 한국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정책과 아이디어들이 경쟁하는 공간이자 선택의 시간이기에 시대정신을 잘 담아내야 한다. 모범사례를 보자. 미국 42대 대통령 클린턴(Clinton)의 승리를 이끈 결정적 요인은 시대정신을 담은 탁월한 슬로건이었다. 잘 알려진 문구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는 공화당 경쟁자였던 부시 전 대통령이 전쟁에 골몰하며 경제를 등한시했다는 점을 꼬집는 데 주효했다. 전쟁의 시대에서 경제의 시대로 이행을 바라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클린턴은 12년 만에 공화당 집권을 저지하고 여유있게 승리했다.

 

   서두에서 말했던 어부지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누구일까?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전 국회의원)는 언론과 인터뷰(이데릴리 21.07.22)에서 대통령감으로 민주당 정세균, 국민의힘 유승민를 꼽았다. 두 사람은 “공부를 많이 했고 의회도 거쳤으며 국제적인 감각도 있다” 면서 “다만 지지율이 낮다. 대한민국 정치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상승이 아쉬운 정세균 후보는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싶을 것이다. 최근 오마이뉴스 여론조사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직전 조사의 5.1%에서 9.9%(거의 2배)로 상승했고, TBS교통방송 여론조사에서도 5,5%에서 9.7%로 상승세를 보인 것은 고무적으로 보인다. 유력 두 후보 간의 지나친 네가티브 공세의 부메랑 효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스터 스마일’에서 ‘당당한 신사’로의 변해가는 모습이 지지도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여론도 있다. 정세균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격차를 해소하고, 불평등을 완화하고, 그리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준비된 대통령이어야 합니다”를 시대정신으로 외치고 있다. 이광재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 양승조 충남지사와의 협력 효과를 살리고, 6선 국회의원, 당대표, 장관, 국회의장, 국무총리로서의 폭넓은 정치 경험과 국정 경험이 국민 속에 파고들어 ‘제2의 노무현 신화’를 이룰 것인가? 앞으로의 경선 과정이 더욱 흥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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