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공격 공씨의 단독범행?…풀리지 않은 의문점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12-09 13: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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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재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사실상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실 전 비서 공모(27)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혹은 여전하다. 범행동기, 목적, 배후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수사를 진행하면 할수록 관련 의혹들은 안개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만큼 풀어야할 의문점이 숱하다는 의미다.

◇공씨의 단독범행인가?

경찰청은 8일 "공씨가 오늘 새벽 조사에서 심경을 바꿔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며 "공씨는 자신 이외에 윗선이 없는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공씨가 일관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다 이날 새벽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공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의문이다.

경찰은 공씨의 단독범행의 근거로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인 김모(30)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10월25일 0시를 전후한 시점에 공격을 실행하라고 IT업체 대표 강모(26)씨에게 전화로 지시했다. 이후 박희태 국회의장실 전 비서인 김씨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했다.

공씨는 같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김씨를 룸 밖으로 불러내 "선관위 홈피를 때리삐까요(때릴까요)?"라고 물었다. 김씨는 "큰일 난다. 잡혀 들어간다. 네게 무슨 도움이 되지 않느냐"며 만류했다. 공씨는 범행에 성공한 26일에도 김씨에게 전화를 해 이런 사실을 전달했다.

공씨는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하겠다는 의견을 김씨에게 수차례 전달한 것으로 미뤄 공씨가 이번 사건을 주도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경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선거방해'라는 범행 목적이 분명해 보이고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비서 한명이 단독으로 계획한 범죄로 보기에 무리가 따른다.

◇사전 범행준비·공모는 없었나?

경찰은 이번 디도스 공격이 치밀한 사전 준비를 거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씨는 김씨 등과의 술자리에서 선거 판세와 관련된 얘기를 주고받던 중 공씨가 우발적으로 범행 의도를 갖게 된 것이라는게 경찰의 분석이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재보선 선거 전날인 10월25일 밤 김씨 등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선거 판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후 술자리에 있던 김씨에게 '디도스 공격'을 알렸다.

이전 사례와 비교했을 때 준비 과정이 부족한데다 실제 시연 자체가 당일 갑작스레 이뤄졌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공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면 강씨가 당시 필리핀에 머물고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고 공격을 실행한 강씨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후보에 출마한 사실도 몰랐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어떤 곳인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았다는 점도 근거라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공씨가 한고향 출신인 강씨와 사전에 디도스 공격과 관련된 사전 교감은 물론 범행을 공모했을 개연성도 100% 배제하기는 힘들다. 강씨가 상당한 수준의 해킹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10월 좀비 PC를 확보, 도박 사이트를 실제 공격한 전력이 있다.

이들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선관위 홈피 공격에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등 치밀한 수법과 장비를 사용했다는 점에 비춰 사전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디도스 공격을 했을거라는 의문은 여전히 꼬리표를 남기고 있다.

◇윗선 개입없는 우발적 범행?

경찰은 공씨가 웟선에 개입없이 우발적으로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공씨가 명확한 범행동기를 가지고 있고 자신이 보좌하고 있는 최 의원에 대한 충성심 때문에 즉흥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게 경찰의 판단이다.

공씨는 경찰조사에서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돕는 것이 최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범행동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선관위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했다는 얘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범행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씨가 윗선으로부터 모종의 주문을 받았을 것이란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투표율이 중요한 변수였던 당시 선거 판세 탓이다.

실제로 공씨는 "젊은층 투표율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보고 투표소를 못 찾게 하면 투표율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씨가 술을 먹다 자신이 보좌하던 의원에 대한 충성심에서 우발적으로 이같은 사이버테러를 저지를 수 있을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선거를 의식한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이번 사건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월 급여가 100만~200만원 선인 9급 수행비서였던 공씨가 윗선의 개입없이 강씨 일당에게 디도스 공격을 지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디도스 공격은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돈이 든다고 한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공씨가 혼자 디도스 공격을 했다는 주장은 선뜻 수긍할 수 없는 구석이 많다.

최근 공씨 주변 인사들이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내가 책임져야 할 것 같다"는 공씨의 발언을 들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지만 경찰은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속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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