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심재희 기자] 잊을만 하니 또 고개를 들었다. 두 경기 안 나오고, 한 경기 교체출전 했더니 '주전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앞서 나가면서 자극적인 예상을 하는 모양새가 영 개운치 않다.
맞다. 박지성이 시즌 초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승승장구 중이다. 커뮤니티 실드와 시즌 개막전, 그리고 홈 개막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박지성을 선발로 내세우지 않고도 3연승을 거둔 맨유다.
'박지성 없이' 연승을 거두니 '박지성이 주전경쟁에서 밀렸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한심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내용을 살펴보면 맨유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커뮤니티 실드에서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에 3-2로 역전승 했다. 먼저 두 골을 내준 뒤 역전승을 거뒀다. 표면적으로 루이스 나니와 애쉴리 영의 활약상이 좋았다. 하지만 둘의 공격적인 성향 탓에 수비에서 구멍이 뚫렸다. 공수 밸런스가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개막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날개자원들의 공격지향적인 모습으로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이 가중됐다. 토트넘 핫스퍼와의 2라운드 경기도 후반 중반까지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맨유는 후반전에도 공격적인 모습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나니와 영이 '공격 앞으로'의 상황에서 계속 그라운드에 섰던 것이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나니와 영이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박지성에 앞선다. 그러나 공격력에서 밀렸다고 박지성을 후보 취급할 필요는 없다. 라이언 긱스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도 시즌 초반 모습을 조금밖에 내비치지 않았다.
맨유같은 빅 클럽은 한 시즌에 50경기 이상을 소화한다. 베스트 11의 의미가 없다. 포지션 별로 여러 선수들을 돌려 베스트 15~16 정도를 구축한다. 상대의 스타일이나 경기의 비중에 따라서 선발명단이 정해진다. 베스트 15~16 안에 든다면 주전으로 봐야 옳다. 박지성은 베스트 멤버 안에 들고 있다.
박지성을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박지성의 전술 소화 능력과 현재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주전경쟁'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즌은 이제 막 시작됐고, 맨유는 중요한 경기들을 많이 남겨두고 있다. 주전멤버의 의미도 보는 시각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맨유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로테이션 시스템 속에 있다. 간판골잡이 웨인 루니도 쉬는 날이 있다.
과거 한국대표팀은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을 2분화해서 치렀다. 2차예선까지는 약체를 상대로 2진급을 보냈다. 그래도 여러 골 차로 여유있게 이겼다. 하지만 최종예선에서는 정예멤버를 내세웠다. 팽팽한 승부가 예상되는 경기에서는 '빅매치 용' 선수들로 라인업을 짰다. 빅매치에 나서는 선수들이 2차예선에 결장한다고 그 누구도 후보 취급을 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최근 맨유와 거액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항상 공식석상에서 박지성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미리 앞서 나가서 박지성을 후보 취급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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