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진의 세상이야기/베트남 기행③] 길거리 카페서 환담 즐기는 베트남인들

남영진 논설고문 / 기사승인 : 2019-02-11 1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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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카페에 앉아 환담을 나누는 장면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거리 풍경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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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영진 논설고문


[데일리매거진= 남영진 논설고문] 더운 베트남에는 길거리 음식점은 많은데 포장마차 스타일이 아니라 작은 가게들이 많다. 정식 커피점인 스타벅스나 커피빈 등 미국 브랜드들도 있지만 베트남 고유 브랜드인 하일랜드(HIGHLAND)와 ’쭝웬(TRUNGWEN)‘등 대형 커피숍도 많다. 그러나 서민들이 즐기는 길거리 카페가 많은 게 눈에 띈다.

식당보다는 커피나 과일음료 등을 파는 길거리 카페가 많다. 같은 위도인 태국의 방콕거리를 걷다보면 길거리 음식(street food)점이 많다.

“방콕에서는 사람 다니는 곳엔 좌판이 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쌀국수집부터 작은 팟타이(태국 부침개)포차까지 즐비하다.


열대 지방인 호치민시에도 당연히 과일과 채소가 풍부해서 골목 시장도 많다. 가끔 공원 앞에서 과일 등을 파는 좌판이 보이기는 하지만 태국처럼 보행 길을 막는 정도는 아니다. 대신 건물입구나 골목에서 플라스틱, 목재로 된 낮은 의자를 깔고 앉아 ’카페 스다‘(얼음과 연유를 넣은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아침을 시작한다.

밤에는 식당 앞 보도에 의자를 내어놓아 식당안보다 밖에서 더 많은 손님들이 먹고 마신다. ’동양의 파리‘ 풍경이다. ​ 16세기말 포루투칼인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항로를 개척한 이래 네델란드, 영국 프랑스가 뒤를 따랐다. 영국이 인도와 말레이반도로 들어가자 프랑스인들은 인도차이나반도의 베트남과 중국의 광조우(廣州) 지방으로 발을 뻗었다.

메콩강 하류에 사이공시를 거점으로 내륙 캄보디아로 들어가 시앱립 호수가의 프놈펜을 엮어 ’캄푸치아‘라는 식민지를 건설했다. 베트남 중부에 고도 후에와 다낭, 호이안 등 좁은 지역에 있는 ’안남‘(安南)국은 독립국으로 남겨두었다. 북쪽으로 올라가 현재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을 묶어 ’통킹‘(東京)이라는 식민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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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자가 촬영한 호치민의 한 초등학교 앞 거리식당에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등교하는 아이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다. ⓒ데일리매거진

프랑스는 2차대전 후 베트남독립을 보장한다고 약속하고서 계속 군대를 주둔하다가 1954년 베트남과 라오스의 접경인 디엔비엔푸에서 베트남의 영웅 응웬보지압 장군에게 무장해제당해 쫒겨났다. 그러니 약 150여 년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들어온 풍습이 많다. 베트남 여인의 전통복장인 아오자이도 이 시기에 만들어졌고 중부 산악지방의 커피농장도 이때부터다. 길가 카페에 앉아 환담을 나누는 장면도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거리 풍경과 비슷하다.


그래서 베트남 커피 생산량이 포루투칼인들이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해 커피농장을 경영했던 브라질과 남미의 콜럼비아에 이어 세계 3위다. 커피 수출량은 콜럼비아보다 많아 세계 2위여서 베트남인들은 커피와 친근하다. 우리나라 인스탄트 봉지커피의 원두(元豆)커피가 대부분 베트남 산이다. 우리나라의 ’특산물‘(?)이랄 수 있는 맥심 봉지커피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물론 한국인이 사는 곳이면 인기품목이다.

동남아국가에도 <3mix>라는 커피, 프림, 설탕을 함께 넣은 ’3박자‘봉지커피가 유행이다. 그러나 베트남인들은 프랑스풍인 직접 짜서 내린 커피를 주로 먹는다. 밥도 집에서보다 길가 식당에서 많이 사 먹는다. 더운 나라라 집에 난방이 필요 없고 아직 가스나 전열기구등을 잘 쓰지 않아 음식을 사서 먹는 집이 많다. 아침 8시쯤 초, 중등학교 앞에 가면 부모들이 오토바이에 자식들을 태우고 교문 입구 양쪽에 차려진 좌판 의자에 앉아 쌀국수, 고기죽 등을 사 먹여 들여보내는 광경이 정겹게 보였다.


나는 베트남 커피 중에 카페스다(cafe su da)를 즐긴다. 커피에 식물성 프림이 아닌 연유를 넣어 달달한데 얼음을 넣어 시원하다. 우리 아이스ㅡ라테와 비슷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연유 맛이 추억을 되살린다. 어릴 때 동생들 우유 타 먹일 때 깡통 구멍으로 홀짝홀짝 훔쳐 마시던 그 연유 맛이다.

지난해 말 성탄절 연휴에 베트남 호치민시를 방문했을 때는 부킹.컴(booking.com)을 이용해 시내 중심가인 1구역 벤탄시장 근처 호텔을 골랐다. 3성급 triip boutique hotel 이었는데 후배가 공항까지 나와 택시가 아닌 그랩(grab)자동차를 불렀다. 이미 후배의 이름과 사진, 행선지가 운전자의 네비게이션 앱에 들어있었다. 그 주소로 찾아갔으나 골목까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입구 골목이 포장공사 중이어서 헷갈렸다. 게다가 입구에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와 간단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있어 차에서 내려 100여 미터를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 톡톡히 신세를 진 건 그랩택시였다. 미국의 우버가 동남아의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지역에 ’GRAB‘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단다. 구글에서 그랩앱을 다운받아 회원으로 가입하면 동남아 관광객들에게는 아주 편리하다. 방콕과 호치민 등 동남아 대도시에는 오토바이와 툭툭, 전기자전거 등으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가끔 ’바가지요금‘때문에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그랩앱으로 자기위치와 행선지를 밝히면 차번호와 도착시간, 요금, 심지어 운전사의 사진까지 표시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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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필자기 촬영한 호치민시의 길거리 카페 모습 ⓒ데일리매거진

길거리 카페와 어울리는 베트남 음식으론 ’반미‘가 있다. 프랑스빵인 바게뜨를 반이나 4등분한 뒤 안에 고기나 햄, 야채, 달걀부침 등을 넣어서 만든 샌드위치다.

한국 브랜드인 ’파리 바게뜨‘가 파리에 지점을 낼 정도로 우리도 바게뜨엔 자신 있지만 베트남, 라오스는 바게뜨빵 자체가 더 맛있다. 파리에서 맛본 원조 바게뜨보다도 더 부드럽고 바삭하다. 시내 골목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으면 맛은 보장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판다.

6년 전 성탄 연휴 때 집사람과 함께 묵었던 호텔 옆에 맛있는 반미집이 있어 점심때 자주 사서 먹었다. 호텔에서 주는 조식뷔페의 질도 좋았다. 시내 중심가 관광을 하고 오후에 돌아올 때 반미집에 들어 3인분 가량 사오면 어쩔 땐 맥주 한 캔과 함께 저녁식사도 가능했다. 맛도 좋지만 1인분에 한국 돈으로 1천 원 정도니 소위 ’가성비‘가 최고였다. 이번에도 식사 약속이 없을 때 혼자 20여분 걸어 그 가게를 찾아갔으나 못 찾았다.


호치민시 1호선 지하철 공사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았다. 다음날 호텔 조식뷔페에 다양한 빵과 함께 올라와 있는 작은 반미를 먹어보았다. 그 맛이 아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생각해 쓴 커피와 함께 먹었다.

내년에 지하철이 완공되면 그 가게를 다시 찾아가 볼 생각이다. 다시 열 지 모르지만...<호치민에서>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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