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모습 [제공/연합뉴스DB]
[데일리매거진=김학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뇌물 상납' 사건으로 2개의 재판을 받게 되면서 각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기존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재판 '보이콧'을 유지하는 한편 추가 기소된 특활비 뇌물 사건에서는 유영하 변호사를 다시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건은 모두 '뇌물' 혐의지만 다소 결이 다르다. 국정농단 사건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사익추구와 박 전 대통령의 공모 행위에, 특활비 뇌물 사건은 박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정 수행의 일환일 뿐 최씨가 벌인 불법적인 일들을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구속 기간 연장이 결정되고, 유죄가 선고될 경우 중형이 예상되는 등 무력감이 깊어지면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변호인 전원 사퇴 카드를 꺼내며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제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박 전 대통령은 이후 단 한 번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가 5명의 국선변호인을 선정했지만, 일체의 접견 신청도 거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선변호인단은 기록에만 의존해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전략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지지층 등에 자신이 '희생양'이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린 지난해 5월 25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제공/연합뉴스DB]
반면 특활비 뇌물 사건에서는 어떻게든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벗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하면서 '호위무사'로 불리는 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사용처로 지목한 삼성동 사저 관리·수리비, 기치료 및 주사 비용, '문고리 3인방' 격려금 등은 국정 수행과 거리가 멀다.
대통령 재임 당시 국가 돈을 '쌈짓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은 정치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정농단 사건에서 "사익을 추구한 적이 없다"고 강조해 온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유죄가 인정되면 정당성을 잃게 된다.
또 이번 사건은 국정농단 사건과 달리 공소사실이 박 전 대통령과 직접 맞닿아 있고, 관련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던 하급자란 점에서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제공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박 전 대통령과 특활비 상납을 공모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 등 최측근 3명은 박 전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이나 법정 증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36억5천만원 가운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통해 관리된 것을 제외하고 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약 20억원의 용처가 불분명해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검찰의 수사가 계속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추가 수사나 공소유지 과정에서 유 변호사를 통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특활비 뇌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박 전 대통령 자신이 재임할 당시 정부가 마련한 '전두환 추징법'(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에 의해 개인 재산을 추징해 국고로 환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점도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의 하나로 풀이된다.
2013년 6월 마련된 전두환추징법에 따라 공무원이 뇌물 등 불법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가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됐다.
또 범인 외 가족을 비롯한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도 추징할 수 있도록 추징 대상도 확대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금액을 36억5천만원으로 봤다.
이에 따라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을 팔아 얻은 자금, 새로 구매한 내곡동 자택, 보유하고 있는 예금 등이 추징 대상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를 선임한 데는 자신이 재판에 나오지 않더라도 법정 공방이 벌어지면 국선변호인과 달리 방어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돼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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