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방은진·신수원…개성 강한 여성감독들의 귀환

안정미 기자 / 기사승인 : 2017-10-29 15: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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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라더' '유리정원' '메소드' 줄줄이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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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유정(左)-신수원(中)-방은진(右)


[데일리매거진=안정미 기자]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닌 여성 감독들이 신작을 들고 스크린으로 귀환한다. 코미디, 판타지 드라마, 멜로 등 장르도 다양해 범죄물과 블록버스터 일색이던 스크린이 한층 풍성해졌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부라더'는 장유정(41)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창작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본인이 직접 영화로 옮긴 작품.


안동의 종갓집 종손인 석봉(마동석 분)과 주봉(이동휘)이 아버지의 장례식날 고향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보수적인 종갓집 어른들과 전통장례 모습 등이 담겨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 감독은 "외조부 댁이 종갓집이었다. 할아버지 댁에 가면 명절이 아닌데도 늘 손님들로 북적여 댓돌에는 항상 신발들이 많이 놓여있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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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유정 감독 [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평생 두 분만 식사를 한 적이 없으셨대요. 지금은 모두 돌아가셨지만, 제가 처음 이 시나리오를 썼을 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죠."


종갓집 이야기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조금은 낯설고, 고리타분하게 다가올 법도 하다. 장 감독은 그러나 "여성의 희생을 강요하는 유교적 사고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되, 관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일부러 완곡하게 표현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오! 당신이 잠든 사이'(2005), '김종욱 찾기'(2006), '러브퀼트'(2005) , '금발이 너무해'(2011), '그날들'(2013) 등 수많은 뮤지컬을 연출, 흥행시킨 스타 연출가다. 2010년에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동명의 영화로 옮기며 스크린으로 보폭을 넓혔다.


장 감독은 "뮤지컬과 영화는 장르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제 작품을 '원 소스 멀티유즈'로 활용하는 데 대해 오해를 받을까 걱정도 했지만, 따뜻한 코미디영화를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장 감독은 9살 난 아들과 22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영화를 준비할 때 매일 새벽 6시에 집을 나서며 전쟁을 치렀다"는 그는 내년 2월 9∼25일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연출도 맡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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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수원 감독 [제공/리틀빅픽쳐스]


지난 25일 개봉한 '유리정원'의 신수원(50) 감독은 교사 출신이다. 중학교 사회교사로 10여 년간 교단에 선 뒤 뒤늦게 꿈을 찾아 안정된 교사 생활을 버리고 영화를 공부했다.


이후 어렵게 선보인 첫 장편 '레인보우'(2010)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단편 '순환선'(2012)으로 프랑스 칸영화제 비평주간 카날플뤼상을 수상했다. 입시명문고를 무대로 경쟁에 치여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두 번째 장편 '명왕성'(2013)은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분에 초청됐다. 극단적인 환경에 몰린 두 여자의 모성을 그린 세 번째 장편 '마돈나'(2015)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에 선정됐다.


올해 부산영화제 개막작인 '유리정원'은 그의 네 번째 작품이다.


영화 개봉 이후 신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제 영화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작품마다 인물들이 옷을 바꿔입을 뿐이죠. 세상이 사람을 보호해주지 않고, 점점 더 그렇게 돼가고 있잖아요? 서울의 낙후된 동네에서 교직 생활을 하면서 소외된 아이들을 많이 봤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에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유리정원'은 세상에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뒤 숲 속 유리정원에서 홀로 연구하는 과학도 재연(문근영)과 그를 훔쳐보며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김태훈)의 이야기다. 전작들보다는 훨씬 밝고 판타지적 성격이 강하다. 인간도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설정, 숲 속 유리정원, 나무로 변하는 사람 등 한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나 그 속의 인물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속물적이어서 섬뜩하게 다가온다.


신 감독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을 통해 공존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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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은진 [제공/연합뉴스DB]


방은진(52) 감독은 신작 '메소드'로 다음 달 2일 관객과 만난다. 메소드 연기의 달인인 연극배우 재하와 아이돌 스타 영우가 '언체인'이라는 연극의 주연 배우로 만나 극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다. 몰입도 있는 스토리와 파격적이면서도 섬세한 연출, 주연 배우 박성웅과 신예 오승훈의 호연 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방 감독은 원래 잘 나가는 배우였다. 1989년 연극계에 데뷔한 이래 영화 '태백산맥' '산부인과' '수취인불명' '301ㆍ302' '학생부군신위'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러다 명계남 당시 이스트필름 대표가 방은진에게서 감독 자질을 발견하고 영화 연출을 제안하면서 감독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준비하던 영화가 두 차례 무산된 끝에 강우석 감독이 추천한 시나리오를 각색, 연출한 '오로라 공주'(2005)로 데뷔작을 낼 수 있었다. 이후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을 연출하며 어엿한 중견 감독이 됐다. 방 감독은 "연출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연마하게 된다"면서 "한 작품을 만드는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소드'에 대해 "두 남자 배우와 이 둘을 옆에서 바라보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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