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어도 인근 우리 영공 침범한 중국 전투기는 의도된 무력시위다
中, 사드문제 영공 침범, 日,'소녀상 철거'…심각한 외교 문제 고립무원 우려
중국 공군의 전투기 등 군용기 10여 대가 지난 9일 밤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4~5시간가량 침범해 우리측 전투기 10여 대가 긴급 발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중국 군용기의 KADIZ 침범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침범과 대응이 이처럼 대규모로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의 군용기 침범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양국이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적인 무력시위가 아니겠는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군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직통망을 통해 정보를 교환한 결과 이번 군용기의 임무에 대해 ‘자체훈련’이라는 답변을 중국측으로부터 얻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에도 있었던 일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군당국 역시 중국 군용기의 진입 목적에 대해선 여전히 “현재 분석 중”이라는 답으로 명확하지 않다.
대한민국은 지금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사태로 외교 문제에 있어 사실상 고립무원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가까운 일본과는 소녀상 설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며 제1동맹국인 미국과는 새로 들어서는 트럼프정부와는 아직 제대로 접촉조차 못하고 있어 외교적으로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 사드문제로 심각한 외교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중국의 군용기 침범은 심각한 도발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침범에는 중국의 대표적 폭격기인 훙(H)-6 폭격기 6대와 윈(Y)-8 조기경보기 까지 가세했다는 점은 매우 우려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중국이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고 의도적으로 무력시위를 벌였다는 정황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당국은 “사드 배치는 이번 중국의 전투기 침범 사건과 무관하게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밝혀 앞으로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간의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갈등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작금의 상황에서 중국 전투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한 게 명확하고 그 의도를 엿볼 수 있는데도 이에 대응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로 중국의 반발과 보복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대응책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영토 주권과 마찬가지로 군사주권 역시 어떠한 경우에도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철저하면서도 면밀한 대응책을 마련해 중국과의 외교분쟁을 슬기롭게 풀어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문제해결의 초점은 무엇보다 국익과 국가안보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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